1. 영어지옥

(11) 영어는 암기력이 좋아야 잘한다?

 

 

 

“네가 암기력만 좋았으면 인생이 바뀌었을텐데.”

 

어머니께서 예전에 수없이 하셨던 말이다.
아들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끝이 없고 그 안타까움 역시 그러겠지.
학창시절에도 나의 암기력은 반에서 중간 이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나라 교육에서 암기과목의 대명사인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되었을까. 역설적으로, 암기력 또는 기억력이 안좋고 귀찮은 것을 잘 안하던 성격이어서 그런 것들을 피하면서 나름의 꾀를 쓰다보니 다른 길이 찾아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바로 이거다.


“그 많은 표현, 그 수많은 단어들을 언제 다 외우나!”


영어를 배우는 초기부터 그렇게 배워왔고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영어를 더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서점에서 영어책을 찾는다. "죽을 때 까지 써먹는 영어회화 1,000가지" 같은 책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이 책만 보면 영어표현은 다 알 것 같고 결국 영어 잘하게 될 것 같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늘의 영어표현" 같은 내용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에 하나라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쌓여서 영어를 잘하게 되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친절하게도 매일 좋은 영어표현 하나씩 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다. 그럼 영어 끝난 건가?
“오늘의 영어표현 1가지”를 현실적으로 계산해 보자.


하루에 1개 x 365일 = 365개 표현


1년을 매일같이 영어표현 하나씩 봐도 기껏 365가지 표현 밖에 못쓴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영어는 우리말과 1:1 그대로 대응되는 말이 잘 없다. 사실 독해나 해석은 영어의 내용을 비슷한 느낌의 우리말로 대응시키는 정도이다. 여기에서 잠깐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영어문장 100선”의 내용을 일부 따서 보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보인다.


Act your age. (나이에 맞게 행동해.)
Be my guest. (좋을 대로 하세요.)
Beat it. (꺼져.)

 

이 외에도 수많은 표현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목록의 표현들을 다 외웠다고 가정해보자. 살아 가면서 "꺼져"라고 말할 기회가 몇 번이나 될지. 예의상 그런 말을 못할 경우가 대부분 아닐지. 또한 위의 표현들은 어투의 수준에 문제가 있다. 속어나 경멸조의 표현, 경박한 표현, 또는 문법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실제로 쓰면 너무 정색하는 말투여서 낯간지러워지는 표현들이 “오늘의 표현”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과연 언제 써먹을 수 있을지.

 

오히려 그런 말보다 "~에서 뭘 꺼내서 어디에다가 다시 넣어"같은 동사+전치사의 결합을 통해 공간 속에서의 위치 기반으로 된 표현을 더 많이 쓰지 않을까.

 

영어표현 암기에 의한 영어학습법에 회의적인 이유가, 이미 그것을 경험했고 실질적인 효용이 낮은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영어를 그나마 약한 암기력에 많이 의존했었는데, 수많은 자체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 암기에 의존하는 영어학습법은 소위,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가진 사람들에게나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기억력이 일반인의 평균 수준에도 못미치는 사람에게는 정말 힘든 방법이다. (* Photographic Memory: 살짝 보고 지나가기만 해도 정보가 그림 복사한 것 처럼 머리에 그대로 저장되는 높은 수준의 기억력)

 

설사 그런 표현들을 다 외웠다고 해도 그 기억의 체(sieve)에 한계가 있다. 즉 외운 표현들이 실전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모두 쓸 수 있느냐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1장 “60년째 한국영어를 망쳐온 공부법” 참조)

 

문법공식, 영어표현 암기식 영어보다는, 영어는 기본적으로 이해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머리 속에 내용이 많이 저장되어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아웃풋을 할 수 있는 것은 맞다. 그게 일종의 암기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고스란히 외우는 것 보다는 어떻게 말을 만들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아는 것이 더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기본 세팅이 되겠다. 즉 유태인의 속담과 같이,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낫다”, 또는 교육에 대한 서양 속담처럼 “말을 물가에 끌어다 놓을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영어표현 현상 모음집을 외울 것이 아니라 영어의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면 얼마든지 영어표현을 암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표현을 암기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경우의 수로 조합을 만들면서 스트레스 없이 수많은 표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암기에 치중하면서 발등의 급한 불을 끄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언젠가 그 믿고 있는 방식에 발등이 찍히게 된다.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영어는 두가지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지금까지의 국내파 영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입장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지겹도록 강조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영어에서 철저하게 배재되었던 방식이고 당연한 결과로….
대한민국이 영어장애 국가가 되었다.
이제는 묵은 영어를 떨쳐내야 할 때가 이미 지나고도 남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꿀 수 있다.

 

요약하자면,

 

(1) 영어는 이해과목이다.
(2) 영어는 훈련과목이다.

 

이해하고 훈련하면 끝. 일부러 암기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훈련은 즉 몸으로 암기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영어의 한계에 대해 짚어봤다.
그 한계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영어를 공부하고 수련해왔는지
개인적인 얘기를 다음 장에서 모두 풀어서 보여주겠다.
지겨운 1장 영어환경 얘기 듣느라 고생들 하셨다. 제이슨팍 영어라는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본인과 비교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전혀 특별한 것 없는 여러분 옆자리 친구가 어떻게 했는지 말이다.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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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

(10) 미국 거주경력 게이지 (gauge):

미국 얼마 살면 얼마나 잘하나? 5년 살다오면 영어는 게임 끝. 우리는 국내에서도 3년 유학파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국에서 5년 이상 살면 끝난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실전에 써먹히지도 않는 책 속에만 머무는 영어를 10년 동안 낮은 밀도로 해왔으니 도대체가 생색내기용 영어교육 밖에 안되었던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영어를 배워온 우리들 대다수는 영어 앞에서는 항상 원죄의식에 사로잡힌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입장에서는 영어의 고수들, 즉 해외파, 유학파, 교포들을 막연하게 동경하거나 그들 앞에서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말자.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살다 왔으면 잘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본 섹션에서는 막연하게 겁먹지 말고, 유학이나 해외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목표로 잡을 수 있는 영어 유창성의 레벨을 제시한다. 하루에 최소 1시간이라도 원어민들과 접할 기회가 있거나 영어만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아래에 나열한 것과 같이 각 단계별로 옮겨갈 수 있게 되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란다.


영어 고수들을 처음 접하게 되면, 영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입장에서는 이런 궁금증이 들 수 있다.

 

“미국에 어느 정도 살면 저렇게 잘하게 되는 것인가?”

 

우선 미국 거주 기간보다도, 국내파인지 해외파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1차적으로는 발음을 들어보면 짐작이 될 것이고, 2차적으로는 사용하는 단어, 추임새, 연결, 전환어구 사용 정도, 동사, 전치사의 결합, 억양 등을 잘 살펴보면 구분이 가능하다.


한국영어에서 아무리 갈고 닦아도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한다.


해외파 또는 유학파 영어라는 판단이 섰으면 대개 아래의 구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첫 해는 영어의 거대한 파도에 어리둥절해 하는 기간이고, 그러는 와중에도 영어의 소리에 익숙해지고 영어를 쓰는 환경에 익숙해지는 기간이다. 대부분 어학연수를 다녀오면 이 정도가 된다. 영어가 입에 붙은 정도는 아니고 말은 대강 들리기는 하는데 아직 안들리는 것이 많다. 중요한 것은, 한국환경에서만 있었던 사람으로서는 힘든 첫 스텝에 도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영어 쓰는 환경이 무섭지는 않다 하는 정도. 이것만 해도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큰 한발짝이고 이 이후에는 당분간 영어가 재미있어진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 두려움… 아마 대부분의 한국영어 학습자라면 갖고 있을 것이다. 정말 고맙게 생각해라.

 

만 2년 정도가 되면, 표현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면서 좀 더 비판적으로 교재를 골라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시점이 된다. 1년차에서 영어용기의 계단을 오른 뒤 제일 용감하고 적극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외국인과 말을 트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고, 어떻게든 말을 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여전히 쓰는 말만 쓰게 되고 이것이 서서히 내적인 고민으로 커가게 된다. 일반적인 1년 기간보다 조금 더 길게 2년 정도의 어학연수나 석사과정 2~3년 유학 다녀온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3년이 넘어가면, 억양이 좀 더 원어민의 그것을 지향하게 되어 말이 더 안정적으로 나오고 전치사, 동사의 활용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힌다. 영어식에 더 가깝게 편하고 쉬운 영어를 쓸 수 있게 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부터 언어생활에 있어서 어려움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4~5년 사이에는 표현의 정교함이 더해지고 (물론 이 때에도 수많은 대화와 독서를 통해 인풋과 아웃풋이 어느 정도 행해진다는 전제 하에) 이미 머리 속에는 수많은 비유표현, 구동사, 속어(slang, idiom) 등의 덩어리들이 자리 잡혀서 언어생활에 전혀 어려움이 없게 된다.

 

5년이 넘어가면 얼핏 듣기에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하게 된다. 발음에 대한 민감도, 미국에 진입한 시점에 따라차이는 존재한다. 아무래도 성인이 되어 간 경우보다 10대 초중반 때 간 경우가 발음과 억양이 상대적으로 더 좋고 자연스럽다. 간혹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다음 둘 중의 하나이다.

 

[영어권 생활 경험자이지만 영잘못 케이스]

 

1) 게을러서 스스로 추가적인 공부를 하지 않았다.

2) 원어민 만남 기회 없음.

3) 언어감각이 약하다. 의미의 시각화 능력이 약해서 영어로 받아들인 내용을 실시간으로 개념적으로 정리하거나 머리 속에 생각으로 되어 있는 것을 한국어 회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그에 매치되는 영어로 바꾸는 순발력이 약한 경우.

 

5년 이상, 10년 이상의 레벨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제대로 그 문화권에서 본인의 역할을 하고 산다면 반대로 한국말이 더 어눌하고 서툴어진다고 보면 된다.
여담이지만, 사실 이런면 때문에 내가 사람들과 처음 만났을 때 오해를 사기도 한다. 원래 말이 좀 느리고 목소리가 저음이라 그런지 영어를 전혀 쓰지 않았음에도 “외국에 살다 오셨어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처음에는 칭찬인 것 같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아닌 것 같고, 다시 더 생각해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은, 한동안 혼자만의 착각 속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내가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그 기운이 스며 나오는 것인가 하고. 그러니 혹시라도 그런 말 들었다고 해도 우쭐댈 필요가 없다. 그저 하던 공부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길.


영어권 경험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나 상대적인 위축감을 없애자는 의미로 본 섹션을 정리해보았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영어에 적극적으로 노출될 수 있으므로 3년 유학파 정도는 얼마든지 도달할 수 있다. 막연해 하지 말고, 현실적인 목표를 잡고 힘 내보자.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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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

(9) 순수국내파가 뭐지?

한국 토종 영어는 뭘까?

왜 기준을 나눠야 할까?

 

 

 

우리나라처럼 영어 잘하기 힘든 환경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강의나 교재에 순수국내파, 대한민국 토종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분들이 간혹 보인다. 진정 순수국내파라면 그렇게 표기를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같은 국내파인 나도 열심히 하면 그 사람처럼 될 수 있겠다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짝퉁 순수국내파’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 사람들 자체는 윤리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문제 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진짜로 순수국내파인 대다수의 학습자들에게 희망고문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파로서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잘못 오해를 하지 않게 국내파에 대한 기준을 정확하게 잡아본다.

 

영어를 잘하기 힘든 환경에서 짝퉁들이 순진한 우리의 토종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학원 강사들을 보시라. 대부분 해외 어느 대학 나왔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누군가를 비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상당수는 집에 경제력은 되고 공부는 안했던 부류가 많다. (반에서 손가락 안에 들면, 왠만하면 SKY를 노려보기라도 하게 되고, 1차적으로 한국에서 승부 보려고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미국에서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그건 최근에 와서의 경우이고, 예전에 미국 다녀온 사람들.... 그들은 왜 미국에서 잡을 못구하고 한국으로 왔는가. 혹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직장을 번듯이 잡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암튼 그들이 우리의 영어를 책임진다?

 

반에서 꼴찌 하던 친구가 미국에서 몇 년 살다 와서는 나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고 생각해보자. 그 친구와 나와의 차이점은 단지 영어권 생활 경험의 유무 밖에 없다. 내가 그 경험이 있다면 그 친구보다 더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 친구의 현지 체류비에 대해서 시간을 달리해 대신 갚아주는 셈인가.

 

순수국내파라는 개념에 대해서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있다. 어떤 선생님은 본인이 고등학교 까지 국내에서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영어권에서 몇 년 간 생활한 것은 자체적으로 논외로 정하고 스스로 순수국내파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진정한 순수국내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자칫 본인 자랑하는 것 밖에 안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엄밀한 잣대로 보면 나도 순수국내파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내 경우는 사실대로 말해서, 1년 6개월 정도 영어환경에 있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군부대에서 카투사 복무 중 앞뒤 영어를 쓰지 않은 기간을 제외한 길이이다. 당시의 총 복무기간은 2년 2개월이었다. 요즘 어학연수 1~2년 경험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 봤을 때는 출발선이 비슷하다는 의미로 순수국내파라고 했던 것이다. 모든 것이 통제된 환경에서 자체적으로 책과 음성자료만으로 유학파를 뛰어넘는 영어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래에 해당하면 순수국내파가 아니다.
(즉, 여기에 포함되면 영어를 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

 

1) 영어권 거주 경력 2~3년 이상
2) 해외여행 시간길이의 누적 기간 1년 이상
3) 국내에서 원어민이나 유학파들과 빈번하게 영어로 의사소통
4) 국내에서 장기간 3년 이상 영어로 수업 및 토론
5) 영어 사용 기회가 많은 업무 기간 3년 이상

 

영어권에 몇 년 살다왔으면서도 본인의 영어가 given이 아니라 earned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그저 당신들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해 하고 겸손하게 살길 바란다.

(그들도 나름 삶의 애환이 있겠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더 확인이 안되기에 만약에 있다면 나중에 내가 커피 한 잔 사주면서 위로해 줄 의향은 있다.)

[기준에 대한 추가설명]
영어권에서 1~2년 거주한 경우이면 겨우 원어민과의 회화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는 정도이므로, 위에는 2년 이상으로 정했다. 다만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여행 이후에도 여행지에서 알게된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년 정도만 간신히 넘더라도 영어에 대한 경험치는 높을 수가 있다. 사실 이런 면 때문에 굳이 지면을 할애하여 순수국내파라는 사전에도 있지 않은 개념을 만들어서 설명을 했다.

 

한국에서만 있어도 주기적으로 영어를 쓰는 경험이 누적된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는 꽤 많이 있다. 가령, 한국에서 미군을 사귀었다든지, 어릴 적 원어민 과외를 몇 년 동안 했든지... 갈 수록 훨씬 많아질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이냐?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자체로는 영어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저 시험, 줄세우기 영어. 그게 진정 영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지만 우리들은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10년째 실력의 변화가 없다.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영어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다가 머리카락이 나오면 군만두 서비스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영어공부는 소기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학습자들 스스로 열심히 안해서 그랬나보다 하고 넘어간다. 의지의 문제도 있겠지만 학습의 방향과 방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10년 밑빠진 영어물독에 물만 부으면서 살아온 격이다.

 

그런 개똥같은 교육 환경에서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가, 10년 넘게 영어를 해도 영어장애자가 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내가 비정상인 거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영어"만" 붙잡고 살고, 현실 감각 없이 중고등학교를 보내서 그저 평범한 학교,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했던 내가 비정상이다.

순수국내파(국내 토종)를 가려내야 하는 이유를 보다 깊게 들여다 볼까.
영어를 자연스럽게 쓰는 환경에서 몇 년 경험을 하고 온 강사들은 그 환경에서 말의 앞뒤 문맥과 문화를 배경으로 통째로 받아들인다. 그러다보니 영어실력이 향상된 데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없다. 반대로, 우리가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면 그들과 비슷하게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해진다. 강의 내용에서도 영어식 사고를 키워주는 것 보다는, 영어표현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1970~90년대의 영어회화를 이끌어온 기존의 강의법들이 주로 이와 같은 방식이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편하다. 강의 편 수를 늘이기도 쉽고 상황의 단편들을 나열하면서 설명만 해주면 되는 식이었다. 학습을 하는 입장에서는 배우는 당시에는 지식이 많이 쌓이는 것 같고 영어를 잘하게 될 것 같은 희망에 젖게 된다.

 

그러므로, 영어책 고를 때도 잘~~~ 봐야 한다. 정말로 잘. 영어표현 잔뜩 씌어 있으면 좋은 책인줄 알거다. 혹은 좋은 강의인 줄 알거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표현만 늘여놓은 건 당신들의 영어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 내가 다 해봐서 안다.

 

앵무새가 될것인가, 영어식 사고를 익혀서 능동적으로 만들어 쓸 줄 아는 영어 사용자가 될 것인가. 언제나 인생은 레드필 vs 블루필이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배우는 표현이 제한되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물론 영어는 무엇이든지 공부해서 손해볼 것은 없기 때문에 선작용도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해 영어에 대해 흥미를 가지거나 업무에 활용한 사람들도 많게 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아버지가 그 예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반대로, 영어는 암기과목이라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 말의 표현들을 외워서 말을 하게 됐는가. 그 언어를 계속 쓰는 입장에 있을 때는 이 방식이 유용하다. 하루에도 몇 번 씩 특정 표현이 반복해서 쓰이고, 바로바로 확인할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나중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지금보다 더 정교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파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온몸으로 지속적으로 접하는 환경을 만나기가 어렵다.

 

도대체 누구야?
영어가 암기과목이라구?
교육부, 영어 쌤들...
정말 어떻게 책임질 건가?

아마 그럴 생각도 없겠지.
본인들이 배운게 그런 방식이니까.
그게 정답인 줄 알고 살았으니까.

유학파나 교포같은 해외경력자와 달리 순수국내파의 영어강의 내용은 문법, 독해, 단어 등 인풋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이 영역 또한 배울 때는 뭔가 많이 배운 느낌이 난다. 영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더 이상 궁금증이 안생길 것 같고 문장을 보더라도 분석을 해서 받아들이면 대개의 경우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문법에 집중한 영어의 맹점은 지나치게 문법성에만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 (3장 “문법용어” 참조) 영어권에서 오랜 기간 동안 거주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압축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언어체계를 배우기 위해 문법공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문법만 강조하는 영어 쌤들 중에 실제로 스피킹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 손!

지금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불쌍하다. 문법 공식, 줄치고 어쩌고.... 백날 해봐라. 영어가 되나.

 

문제는, 수학공식같은 설명과 마음에 와닿지 않는 한자어로 짜여진 문법용어들의 범벅으로 영어 자체가 더 외계어가 되는 것이다. 큰 마음 먹고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포기하고 또 시작을 해보아도 번번히 실패하게 되는 이유이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관계대명사”를 설명할 것이 아니라면 문법용어 자체가 사실 필요 없다. 우리는 언어의 사용자 입장에서 말을 잘 이해하고 써먹기만 하면 된다. 중고등학교 때 영어를 시험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가슴아픈 현실도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할 정도로 받아들이기 싫지만 대학 진학,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영어는 문법 (또는 시험)”이라는 등식관계가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영어현실은 징그럽기까지 하다.

 

문법용어, 문법공식은 여러분의 영어를 걸레로 만듭니다! 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

 

 

문법사항을 잘 아는 것은 실전에서 영어를 잘쓰는 것과 다른 차원의 얘기이다. 우리는 그동안 반쪽자리 영어를 한 셈이다. 4장 방법론 부분에서 자세히 풀어내겠지만 여기에서 짧게 말하자면 문법 등 기본적인 인풋이 되면 거기에 “훈련”의 개념이 추가적으로 들어가야 국내파 영어에서 탈피할 수 있다. 그것이 없으면 무술의 품세나 형(形)만 익히고 실전 스파링 또는 스파링을 위한 컨디셔닝을 하지 않은 것과 다름 없다. 영어와 분야는 다르지만, 종합격투기에서 왜 고전무술이 자리를 잡지 못했는지 생각해보면 비교가 쉬울 것이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적어도 내가 한참 헤맸을 때는) 누구도 말해준 적이 없었고 영어를 수련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영어는 원어민이나 유학파에게 배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급레벨(1장 “고급영어” 부분 참조) 이상에서는 맞는 얘기이다. 하지만 아직 초보자 레벨에서는 추천할만 하지 않다. 그만큼 학습자들이 실질적인 기준과 출발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파의 기준을 정리해 보았다. 현재 영어를 한참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서 외국인이나 영어환경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운 사람에게 영어를 배워야 잘할까, 아니면 국내파 중에서 영어의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경험을 직접 해본 사람에게 배워야 잘하게 될까. 어떤 쪽에서 배우는 것이 국내파가 영어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지 잘 따져보기 바란다.

 

책을 통틀어 거듭 강조하는 것인데, 지금 영어가 힘들다고 좌절하거나 열등감에 빠져 있을 필요가 없다. 나처럼 기억력과 집중력이 평균 이하인 사람도 해냈으니 여러분은 더욱 잘할 수 있다. 기왕 유학파 얘기가 나왔으니 다음 섹션에서는 미국*에서 어느 정도 살면 어느 정도 영어를 하게 되는지 살펴보자.

(* 미국: 영어를 쓰는 대표적인 공간으로서 ‘미국’을 정했다. 미군 부대 생활을 잠시 해봐서 완전 친미도 아니고 완전 반미도 아닌 회색인간의 입장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단순하게 머리로 암기는 것이 영어의 노하우가 아니다.
더 단순하게 몸으로 익히는 게 영어다.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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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

(8) 영어 vs 성형수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언제나 뜨겁다. 이제는 그 중심이 이태원이나 홍대입구 쪽으로 옮겨간 편이지만 여전히 강남은 젊은이들의 고향이다. 그런데 강남을 돌아다니다보면 유독 많이 보이는 간판들이 있다. 바로 어학원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강남은 껍데기를 파는 공간이다. 교통상의 이점으로 젊은 학생들과 직장인이 모이는 곳이어서 상권의 종목이 자연스럽게 자리잡힌 것은 이해가 된다. 분명 서울 시내에 영어의 근본적인 실력을 키워주는 어학원, 내면적인 아름다움과 몸의 진정한 건강함을 키워주는 센터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주로 토익 등 시험점수를 만들어 주는 어학원과 건강과는 무관하게 겉모습을 꾸며주는 성형외과들이 밀집되어 있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껍데기를 만드는 공간의 두 가지 껍데기를 비교해보자.

 


시험용 영어와 성형수술의 공통점 6가지
(본질적인 공허함, 취약함)

 

1) 1차 목표 완성 시기가 짧게 걸린다.
2) 해도 해도 끝이 안난다. 적당한 선에서 커트할 뿐.
3) 돈을 많이 들여도 여전히 자신감이 없다.
4) 변별력이 없다. 결과물이 다 비슷비슷 하다.
     (성괴 천국, 토익 점수 복제판… 죄다 900 이상이니 뭐)
5) 유행을 잘탄다. 시류에 민감하다.
6)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당장 보이는 곳만 고친다.

 


중고등학교 부터 시험에 익숙해져 있어서 “영어는 시험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 연장선으로 대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여전히 영어를 시험으로서만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뒤늦게 영어회화를 해보지만 표현암기에 치우치다가 결국 끝이 안보이는 한계를 경험하게 되고 극히 제한된 표현만 익힌채 영어를 포기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어찌 보면 우리가 영어를 대하게 되는 일반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행위들이 땅값 높기로 소문난 고귀한 강남 땅에서 몇 십년 째 자행되고 있다. 게임을 안해서 잘 모르지만, 게임 끝판왕도 약점이 있듯이, 영어라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헤치고 약점, 또는 정복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들을 공략하면 더 이상 시험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토익, 수능 등 시험영어의 유형이나 난이도가 바뀐다고 우왕좌왕 할 일도 없어진다.

 

영어는 겨우 시험 따위인 걸까? 영어표현 암기가 오히려 영어를 망친다. 교재를 고를 때에도 이런 기준으로 접근하면 서점의 90프로의 책은 쓰레기장으로 가야한다. 오히려 암기하지 않는 암기가 필요하다. 몸으로 익히는 영어. 막노동식 영어. 즉, 영어는 훈련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성장한 흙수저들은 시험영어에 사로잡혀서 평생 영어 벙어리 밖에 안되고 실력 전혀 없이도 특별한 노력 없이도 외국에 편하게 몇 년 살다온 상대적인 금수저들을 부러워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포스팅에도 쓰겠지만, 이런 현상이 결국 부의 대물림이고 사회 불평등이다. 내가 간혹 외국에 몇 년 살다온 친구들을 영어로 맞장 뜰 때 쾌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넘어섰다는, 지극히 모래알보다도 못한 조그만 자존심의 회복.

 

성형수술과 영어는 다르지만, 내면적인 자신감이 있거나 다른 매력이 있다면 진정한 의료 목적의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속칭 성괴(성형괴물)의 단계에 도달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영어와 성형외과가 난립해 있는 강남이라는 공간에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외적인 컴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의미는 인정한다. 여기에서 성형수술에 대해서는 더 깊게 들어가지 않기로 한다.

 
위의 두 껍데기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이렇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돼?”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시험 준비하는 1~2년의 기간 동안, 방향을 바꿔 "언어 연습"을 하면 시험은 저절로 따라온다. (GRE, GMAT, LSAT 등의 원어민들도 각별하게 준비하는 시험은 논외이다.)

 

앞서 말했지만, 본질에 집중하자.
처음에는 다소 무겁고 힘들 수 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쉽고 가벼워진다.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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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

(7) 고급영어에 대한 환상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은 영어를 잘할까?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영어에는 어느 정도는 단계가 존재한다.

기초-초급-중급-고급의 순서 정도?

그럼 ‘고급영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얼마나 고급어휘를 잘 사용하고,

비유표현이나 멋들어진 표현을 많이 쓰는가를

떠올릴 것이다.

 

이쯤에서 쉽게 떠올리는 대표인물이 바로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임기: 2007년 ~ 2016년)이다.

 

EBS 다큐멘터리(“언어발달의 수수께끼” 1부)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영어를 두고

원어민들과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보이는) 일반인들

각각의 평가가 나온 적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들으셨는지?

 

반기문 사무총장의 영어에 대해

원어민들은 고급스럽고 잘하는 영어라고 반응한 반면,

일반 한국인들은 발음만 듣고는

잘 못하는 영어라고 일축했다.

두 그룹 모두 부분적으로는 맞고,

또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다.

 

[사진]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 어찌 됐든 개인적으로 성공하신 분이고, 고생 많이 하셨음 (이미지 출처: YTN)

 

반기문 총장의

입장과 환경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토종 국내파 출신으로서

1970년 외무고시 합격 후

몇 십 년 째 외교업무를 맡아왔다.

 

UN이라는 곳은 영어로 둘러싸인 환경이다.

우리들 중에, 그가 사석에서 캐주얼하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로 공식 멘트를 할 때가 전부라고 봐야 한다.

또한 국제적인 정치무대에서

동료들이나 각국 대사들과

어느 정도의 친분관계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친구들 편하게 만나는 것 처럼은

아닐 것이다.

사무적인 내용 위주일 것이고

그나마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환경.

그렇다면 많이 쓰는 말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위 영상에서 일반인들은 발음만 보고

유창성을 가늠했고,

원어민들은 표현의 정교성이나

어휘 수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두 그룹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는 말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환경에서의 반기문 영어는

그 자체로 훌륭하다.

수정/보완을 얼마나 거쳤겠는가.

 

그런데 사실

대본 보고 그대로 읽은 것일 뿐이다.

(공식석상에서 보고 읽는 건 오류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치고,

암튼 이건 넘어가자.)

 

영어는 이미 글로벌 언어이고

미국식 발음이 무조건 정석은 아니다.

그의 업력과 입지 기준으로 봤을 때

업무상 영어는 상급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단계에서

발음에 치중한 판단도 틀린 것은 아니다.

 

표현의 정교성 보다

유창성이나 능숙함에 대해

본 것이기 때문이다.

 

발음이 좋다고

무조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 고수들 중에서 발음이 형편없는 경우보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그런 사람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되고

몸에 체화가 되어 있으면

문장을 읽을 때

영어 특유의 억양을 내거나

연음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러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불편하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의 영어에서는

그런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반기문 총장에게 감히 악평을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함이 있지만

독자분들에게 자유로운 판단에 대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말해보았다.

 

발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4장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번 섹션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고급영어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영어는 욕망의 언어이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굳이 영어를 더 잘하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나도 인풋 영어를 ‘공부’하던 초반에는

발음 내는 것에 대한 지대한 노력을 했었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전혀 도움이 안된 것은 아니었지만

겉껍질에 너무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다.

 

잘하는 것 처럼 보이려고 하는 경우 중에

고급어휘를 일부러 더 섞어쓰는 것도 있다.

 

사실 사용 어휘만 고급어휘로 보완해주면

얼마든지 소위 고급영어가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분야의 전문서를 많이 보고,

그 내용으로 토론을 하고

글이나 논문을 쓰면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

영어를 익히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고급영어를 목표로 삼으면 위험해진다.

문장의 기본구조와 영어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질 기회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시절에

단어 욕심이 많이 있었다.

 

밤에 정말 졸려서 자야 되는데

막 잠이 들려 하기 전에

‘opportunity (기회)’라는 단어 중간에

p가 한 개인지, 중간에 O였나 U였나

헷갈리는 것이었다.

잠은 자야되는데 그 답답함이

졸림보다 더 커서,

귀찮았지만 방에 가서 사전을 뒤적이고

잤을 정도였다.

 

또 이 세상에서 제일 긴 단어가 무엇인지

알게 된 뒤에는 막연한 자신감도 생겼었다.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 (짧게 pneumonia, 즉 ‘규폐증’, 화산재가 폐에 쌓여 생기는 병)라는 단어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한호림 저)’에서 처음 보고

굉장히 뿌듯했었다.

지금은 기억도 않나고 잘 쓰지도 않는

신기한 단어들을 보는 것에 쾌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런 뿌듯함은

실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막상 외국인을 만나서

이런 단어를 얘기할 일도 없고,

얘기해도 상대방이 모를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원어민들이나 영어고수들은

쉬운 영어로 얘기를 한다.

어려운 단어를 나열한다고

영어를 잘하거나 더 고급영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알파벳을 처음 접한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것을 간신히 깨닫고 틀을 깰 수 있었다.

책에만 머무는 영어를 해온 사람이

빠지기 쉬운 과오이다.

여러분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영어는 언어이고 실전이다.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영어를 해야 한다.

문법공식 열심히 외우고,

복잡한 문장 전환을 할줄 알고

멋있어 보이는 영어표현과

단어를 많이 외우고 있다고 해도

실전에서 간단한 말조차 만들지 못하면

그건 영어를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외워서 하거나,

잘해야지 하는, 의도적인 에너지를

별로 쓰지 않고서도 편하게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단계까지 가는게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영어를

활동적으로 쓰지 않은지

15년도 더 넘었다.

 

영어를 쓰던 초반에는,

말을 하려고 하면

머리 속에서 문법검증부터

다 끝난 다음에 얘기를 꺼냈었다.

 

그래도 원어민들은

내 영어의 어색함에 웃기만 하고,

내 자신감은 도망가 버렸었다.

 

영어를 무작정

많이 하기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고급영어냐 아니냐,

반기문 영어가 어떻고 하는 식의

쓸데없는 고민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영어는 오직 실전만 생각하자.

 

(자세한 에피소드는 2장 군대편에서)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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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_(4) 왜 영문과 나와도 영어 못하나?

 

 

20대 초반의 일이다.

한참 들뜬 마음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캬~ 그게 벌써 옛날이다.

그땐 소개팅이 정말 정말 큰 이벤트였다.

 

상대방은 서울의 모대학 영문학과란다.

당시에는 영어에서 완전히 손놓고 있던 때였지만

워낙 영어에 관심도 많고 해서

영어에 대해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뭔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은 있었다.

그런데 그 기대는 만남과 동시에 무너졌다.

 

“안녕하세요, OOO예요.

OO대 영문학과예요.”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문제였다.


“그런데 영어는 잘 못하니까

저한테 영어 물어보지 마세요.”

 

농담일 수도 있었겠지만

대강 봐도 영어를 잘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영어를 많이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심지어 한국말만 써도

영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영어 소리를 많이 내어보고 들어보면

목소리를 내는 모양이 다소 달라지는 게 있다.

목구멍 근육에 힘이 더 들어간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지만

자세한 것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자.

 

다시 소개팅 얘기로 돌아가서,

영문학과 출신의 상당수가 공감하는 말이겠지만

당시에는 내심 진정 충격적이었다.

 

영문학과 학생이 영어를 못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영어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건가.

 

 

영어를 배우러 나간 자리는 아니었지만

조금 과장해서 내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게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그럼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운다는 말인가.

앞뒤 선택의 시간적인 순서는 다소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영문학과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와 연결되기도 한다.

 

소개팅 이후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위의 소개팅녀의 안타까운 말의 근원을 파헤쳐 봤다.

국내 유명대학의 영문과와 영어교육과의 개설교과목 목록을 알아보았다.

그녀가 영어를 못한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우선 아래의 표를 살펴보자.

 

[표] 영문학 관련 학과들 커리큘럼 비교 (각 학교 학과요람 참조): 이러니 영어 못할 수 밖에 없지. 이제서야 알게 됐다.

 

 

목록을 정리한 결과,

국내 대학에서 영문학과를 나와도 영어 못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됐다.

반면에 통번역학과의 커리큘럼은 영어를 잘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 본인이 직접

인풋 영어의 한계를 넘어선 경험이 있어야

그 방법을 사람들에게 전파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영어 전공자들이 주로 인풋 과목으로 제한된 커리큘럼만 학습하고,

아웃풋의 경험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강의를 하고,

교육 정책을 세우고, 시험문제를 출제한다.

그 교육의 틀에 속한 학생들은 당연게도 그들에게 강의를 듣는다.

 

결과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

아웃풋영어, 즉 실전영어를 못하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만

계속 맴돌 수 밖에 없다.

 

좀 강하게 얘기하면,

다들 바보놀이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오랜 기간 힘들게 영어를 공부했지만

진정 언어로서의 영어는 할 줄 모르는 현실이 된 이유이다.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학원에서는 해외파나 원어민 강사를 고용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제한된 환경에서 한계를 넘어본 경험이 없고,

당연하게 잘하게 된 부류이기 때문에

강의의 방향과 방법론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영어강의, 교재의 소비자 입장에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용에 다이얼로그(대화 예시)와 문법강의가(수식, 문법용어가 난무한) 핵심강의라면

여러분에게, "어쩌면 영어를 잘할 수도 있겠다"라는

환상만 심어주는 결과가 나오기 쉽다.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 학습자들이,

영어는 당연히 원어민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원어민이 필요한 때는

인풋-아웃풋이 어느 정도 숙성된 이후에

스피킹 파트너로서 활용할 시기이다.

(언어를 처음부터 배우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연습상대 또는 오류 수정자로서 활용)

 

위의 틀을 깨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일방적으로 듣고 읽기만 하는 인풋 영어만 하게 되고,

실전에서는 계속 겁이 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안타깝게도, 경제적 자유도가 높은 부류만 아웃풋 영어를 잘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는데, 여러분이 영어로 말 한마디 못하는 건 당연하다.

회화표현 책에서 한 문장 외워서 간신히 써먹는 것을

‘영어로 말한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여하지간 여러분은 잘못 없다.

각자 집중력, 암기력, 노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속한 환경이 지극히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답은 분명히 있으니 힘내고,

다음 섹션에서 우리가 인풋 영어를 어떻게 배워왔는지 살펴보자.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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