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제이슨팍의 진짜영어 경험담
(2) 초등학교 시절, 영어의 겉껍질을 처음 접한 시기

 

 

 

초등학교 때는 매일 매일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학교 가는 것이 재미있었고

항상 호기심거리로 넘쳐났었다.

​요즘은 초등학교 부터 영어를 배우고

학원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에

내가 다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인 영어실력이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당연하지.

초등학교 6학년 때 간신히 알파벳을 외웠으니. ㅎㅎ


​그 당시에는 영어교육이 거의 없었다.

당시 집집마다 유행이었던 백과사전 구입이

나에게 있어서 의식적, 공식적으로

영어와의 첫 만남이었다.

​유행이긴 했지만

가난한 우리집에서는

어머니께서 큰 마음 먹고

사주신 것이었다.

​그런데 백과사전 자체는

글씨도 많고 두껍고 무거워서

내용은 자세히 안보고

거의 그림책으로 이용했었다.

​중요한 것은

백과사전 부록으로 왔던

​“ABC영어사전 (금성출판사)”이다.

 

좋고 싫고는 마음대로 안되는가보다. 

 

그 책은 왠지 처음 보는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 이전까지 영어에 특별한 노출이 없었는데도.

​초등학교 2~3학년 동안

매일같이 학교에 들고 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여러분이 혹시라도 기대하실 수도 있는

영재교육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사진] ABC영어입문사전 표지, 내용 (비록 영어책으로 영어는 안했지만, 저런 책을 가지고 다닐 생각을 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기특하다.)

 


당시 그 책으로 내가 했던 것은,

​책 뒤의 다이얼로그를

옆의 짝과 소리내어 읽은 것이었다. (위 사진 오른쪽)

​영어로 읽었으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겠지만

문제는, 영어책에서 한글 부분만 읽었다는 것이다.

​구연동화에서 철수와 영희로 파트를 나눠서 읽는 것 처럼 말이다.

​그냥 그렇게 소리내어서 읽는 것이 재미있었다.

​참고로 그 이후 중학교 까지도

가끔 국어시간이나 영어시간에

일어나서 책을 소리내어 읽는 것을 좋아했었다.

​아나운서처럼 틀리지 않고 읽으려고 신경을 썼었다.

ABC영어사전에서 또 열심히 했던 것은

알파벳 모양 점선으로 된 것 따라쓰기,

​기본 단어들 중에서 한국말과 소리가 비슷한 것만 봤었다.

​당연하게도 알파벳이 머리에 고여있을 여지는 없었다.

​비행기 그림이 있고

한글로 “에어플레인”이라고 씌어 있는 것을 보면서,

​누구나 쉽게 알았을 아주 기본적인 단어 몇 가지만 보면서

재미있어 했었다.

​결국 여기까지도 진정 영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만한 것을 한 것은 없었다.

초등학교 4~5학년으로 넘어오면서도

영어는 여전히 외계인 언어 같았고

주말마다 AFKN(미국방송)에 나오던

​“캡틴파워”라는 액션 드라마를

동생과 함꼐 봤던 것이

영어에 의식적으로 노출되었던 것의 거의 전부였다.

 

[사진] "캡틴파워" 용사들. 심각하게 멋있는 분들. 저분들 덕분에 난 지구상에 건강하게 살아있는 거겠지. (이미지 출처: Bleeding Cool)

​그럼 AFKN을 많이 봐서 영어가 편해진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쉴새업이 속사포로 쏟아져 나오는 영어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런 매체를 접했기 때문에 영어를 좋아하게 된 것 역시 아니었다.

솔직히 ​영어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왜 주인공, 착한놈은 안 죽을까.”

외국인으로서 영어에 대한 개념적인 이해가 없이

소리만 주입되는 것은

흥미유발이나 나중에 아웃풋을 하기에는 좋은 토양이 될 수는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영어실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 땐 단지 시각적인 장난감이었다.

 


그 당시 했던 것들 중에 영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기는 있었다.

​우연하게도 영어단어들이 소리 나는 방식을 익히게 된 것이다.

소위 파닉스*라는 것.

(* Phonics: 영어 단어를 보고 발음을 낼 수 있는 방법의 교육과정)​

​재료는 자동차였다.

아파트 단지에 수많은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차 트렁크 영어가 씌어 있었다.

그것으로 영어 소리를 내는 법을 익혔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한 시기였다.

알파벳이 A, B, C 등으로 있는 것은 알지만

그것들만 있다고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지는 않을 뿐더러

영어로 된 문장을 본 적도 거의 없었다.

흰 것은 종이이고 검은 것은 글씨, 딱 그 정도였다.

[사진] 소나타 구형(1990년 전후). 요즘의 쏜하타와는 많이 다르다. 그래도 참 어찌 저 글씨들이 내 영어교재가 됐을까. 현X자동차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TV에 소나타 광고가 나왔고

그 모양의 차를 실제로 봤을 때

트렁크 뚜껑에 알파벳이 씌어 있었던 것이었다.

소나타에 그랜져라고 씌일 리는 잘 없을테니

소나타를 소나타라고 읽을텐데

정작 자동차 자체에는 당연하게도 한글이 없었다.

아직까지 어떤 차도 한글 엠블렘이 씌인 경우를 못봤다.

트렁크에는 영어로 SONATA라고 씌어 있었다.

광고에서는 “소나타”라고 말했었고,

a, e, i, o, u가 모음이라는 것은 알았기 때문에

더듬어 가면서 읽었다.

“So = 소 / na = 나 / ta = 타”하는 식으로

파닉스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지금 생각나는 차량 4종의 이름을 보면서 발음을 익힌 것을 아래에 정리해본다.

 


(1) 소나타 (Sonata, 3음절이고 모음도 3개. 그래서 “so=소, na=나, ta=타”로 발음이 나고 o는 ‘오’, a는 ‘아’로 되고, s가 ‘ㅅ’, n이 ‘ㄴ’, t가 ‘ㅌ’으로 각각 소리나는 것을 익혔다. a의 발음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게 됐는데 무조건 ‘아’가 아니라 ‘애’로 발음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일본 제품이 최고였는데 “Made in Japan”에서 ‘자판’이 아니라 ‘재팬’으로 읽힌다는 것을 알고나서는 적게나마 충격이 되었었다.)

​(2) 르망 (Lemans, ‘레만스’일 것 같았지만 르망이라고 하니 그런 줄 알았어야 했고 앞의 e가 약하고 뒤의 a가 강하다는 느낌이었고 s는 발음이 안되는구나 했다)

​(3) 그랜져 (Grandeur, 뒤에 ~deur이 “져”로 읽히는 게 어색했지만 d 발음을 빨리 읽으면 “ㅈ” 발음이 되는 것 정도로 이해했다.),

​(4) 브로엄 (Brougham, 앞의 ‘브로’는 이해됐는데, 뒤의 ‘~엄’은 이상하다, 하지만 m에서 소리가 닫히는구나 했다.)

​영어를 처음 알게된 후 지금까지,

​누군가가 말했던

​‘자고 났더니 귀가 뻥 뚫리고 입이 뚤리는’

​마법같은 경험은 해본 적이 없다.

​위에 나온 파닉스를 익히고 나니까

영어를 더듬 더듬 읽을 수는 있게 된 것은 좋았다.

​뭔가가 뻥 뚫리는 것은 모르겠고,

​라섹 수술로 눈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이

눈에 들어오는 게 더 생긴 정도의 변화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단지 편안함이 더 생긴 정도랄까.

그 전 까지는 영어단어를 소리낼 수도 없었으니까.

 


​요즘은 영어에 노출이 많은 시대라서

이 정도는 다들 할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말 초등학교 4학년의 소박한 만족감 경험 정도로 보면 되겠다.

​해가 바뀌어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 사이에서

한참 닭싸움, 얼음땡, 탈출 등의 놀이에서 고수로 이름 날리던 시절.

​이 때 처음으로 영어사전을 찾아 봤다.

Terminator. 영화 제목이다.

​로봇이 나와서 그런 종류의 뜻이겠거니 했는데 "종결자"라고 나와있었다.

​영화내용을 아니까 그 단어를 제목으로 쓴 것이 이해는 갔지만

기대와 달랐다는게 작으나마 신선한 자극이 됐었다.

​마침 아버지 책상에는 언제나 영한/한영사전이 있었고,

​그 때 부터 영어단어를 보면 가끔씩 사전을 뒤져봤다.

​요즘 말로 ‘검색의 생활화’가 되었던 것이다.

​민중서림에서 나온 두께 10 cm가 넘는 이 사전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나의 친구가 되었다.

 

 

[포스터] 영화 "터미네이터". 저 영화가 나올 때 쯤 아놀드가 만 37세쯤. 근데 정말 어른같은 느낌. 아니 로보트. (​source: allposters.com)

 


초등학교 6학년.

이제 1년만 있으면 어엿한 중학생이 되는

​당시의 느낌으로는 어른의 세계에 한발 더 가가가는

임계점에 있었던 시기였다.

그 때,

개인적인 영어의 역사에 있어

랜드마크가 되는 일이 일어났다.

여름방학부터 윤OO영어교실을 시작했는데

덕분에 알파벳을 제대로 다 외우게 되었다

 그 전에도 자동차이든 주변의 물건에서 알파벳을 보기는 했지만

A부터 Z까지 한번에 능숙하게 다 읊어봤던 적이 없었다.

영어 히스토리의 아주 중요한 마침표가 되었다.

당시에 그 영어교재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한 것이었고

지금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런 속설도 있었다.

이 교재를 하면 모 아니면 도라고.

즉 실력이 제대로 다져지는 경우이거나

잘 못 따라가서 영어를 못하는 경우의 둘로 나뉜다고 했다.

어미니께서 백과사전 다음으로

큰 마음 먹고 신청하셨는데,

솔직히 이 덕분에 영어를 더 좋아하게 되거나

잘하게 된 것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별로 재미도 없었다.

하지만 월수금 아침마다

잠결에 담당선생님께 전화로 전 날 공부한 것 확인받고,

테이프로 딱딱한 교과서 영어를 소리내어 반복한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그것만 해도 큰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순진하게도 테이프의 외국인 녹음 음성을 소리내어 봤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이든 소리를 내어봤고

요즘 말하는 ‘낭독영어’와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낭독을 해본 것과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은 별개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영어낭독이 중요하게 떠올랐는데,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낭독은 한계가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미 현재 시중에 유행하는 난이도, 강도의 낭독은 다 해봤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한 두 번 소리내본 정도는 낭독훈련의 효과가 없다."

 

낭독 방법에 대해 ​자세한 사항은 4장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결론적으로,

영어교육이 거의 전무했던 초등학교 시절 동안

알파벳 외우기와 파닉스를 익힌 것이 전부였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지금도 가끔 그 때를 떠올려보면 뿌듯하다.

역시 초등학교 때는 노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영어는

유치원, 초딩 때 부터

학부모들의 치킨런 게임...

 


답 안나오는 치킨런.

장기적으로 보고, 실제로 되는 것을 해야 한다.

옆집 애가 하니까 우리도 한다?

그래서 결국 학원 가면 당신들이 학창시절에

그보다 30년 더 전에 영어를 배운 선생님들께 배웠던 내용을

고대~~로 가르친다.

학원만 보낸다고

부모의 의무를 다 한 것이고,

생색을 내도 되는 것이 아니다.

Posted by 제이슨팍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