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제이슨팍의 진짜영어 경험담

(4) 고등학교 시절

(5) 재수, 대학 시기

 

 

 

영어만 그만 뒀어도 대학이 바뀌었을 듯.

그 땐 왜 그리 영어에 미쳤었는지.

 

[사진] 전혀 스마트와 거리가 먼, 자리만 차지하던 모범생이었다. (좌측: 고3 졸업, 우측: 고2 생전 처음 삭발 / 현실감 부여를 위한 사진 투척)

 


중학교 때의 내 영어가 설익은 풋사과였다면,

​고등학교 때의 영어는 ​그나마 조금은 더 먹을만큼 익은

빨간 사과라고 할 수 있으려나.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는 끝이 없다.

완전체인 순간은 영영 안온다.

다만, 상한선을 어디까지 긋느냐의 문제일지도.

​여하튼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때 보다는 아무래도

​영어의 기본이 더 정리가 된 시기였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 때 까지

회화, 스피킹이라는 것을 해본 적은 없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고

수업방식은 여러분들이 다 아는 식의,

단어, 문법, 독해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그게 전부인 것으로 알고 살았다.

​듣기는 혼자 계속 듣다보면 되는 건줄 알았고,

​영어"회화"라는 것은 그저 다른 나라 얘기였다.

​학교 시험이나 모의고사 속의 듣기 속도, 난이도는 거북이인데 반해

​AFKN에 나오는 뉴스 앵커의 말은 너무 빨라서 눈과 귀에 감지도 안되는 그 무엇이었다.

영어는 ​단지 독해와 단어였다.

​문법은 성문기본영어를 중학교 때 1~2번 보았고,

​고등학교 왔으니 성문종합영어를 보았다.

​당시에는 나름 문법의 바이블이었는데 정말 재미도 없고 도움도 안되는......

그래서 퀄리티와 무관하게 선점효과가 중요한가보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이런 책으로 공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우리나라 영어를 크게 망쳐놓은 장본인이다.

​더 문제인 것은 아직도 이 책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책으로

학생들이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과거 드라마처럼, 점 하나로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이미지: SNL코리아)

많은 사람들이 그러겠지만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어른의 세계로 한반 더 나간 것 같은 부담,

​막연하지만 입시의 부담, 학과목 난이도의 대폭 상승 때문에

​1학년 초반에는 정신없이 지나갔었다.

​영어에 대한 것은 문법이 모자라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고,

성문종합영어로 어렵고 지겹게 문법을 다졌다.

​성문기본영어도 재미없었지만

그 책들로 인해

영어를 인생에서 제일 재미없게 받아들였던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복잡한 수식과 문법용어들에 익숙해지긴 했다.

​여전히 ‘영어순해’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드디어! 1학년의 11월 영어순해를 구입하게 되었다.

​영화 ‘스페이스오디세이’의 전반부에서 유인원이 도구를 사용함으로서

드디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장면의 느낌이랄까.

​당시 어학원에서 대학생~일반인이 보던 책이었으므로 결코 쉽지는 않았다.

​영어에 대해서 더 겸손하게 되면서도

더 영어다운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던 중요한 책이었다.

​이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영어가 어땠을까.

(표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겠지만, 영어를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인식의 차이가 조금은 있었을 것 같다.)

​읽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은,

처음부터 원서를 짚는 것도 좋지만

이 책을 본 후에 원서의 세계로 들어간다면 훨씬 더 편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영어순해.

​중학교 때 까지의 영어에 대한 생각에

완전히 제대로 결정타를 한방 먹게 된 책이었다.

​위에 말했던 것 처럼

그 당시 어학원에서 독해 교재로 명성을 날리던 책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독해 방법은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가고,

​마지막으로 완전한 한국말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속도가 안 나고 효율적이지 않았다.

​영어의 마인드를 배우는 것은 전혀 기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어순해에서는 단순히 독해뿐만이 아닌,

​영어의 감각, 즉 문장을 더 영어식으로 구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배웠다.

​책의 제목에 ‘순’이 들어가 있듯이

책에서 가장 크게 강조할 수 있는 것이,

​뒤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없이

그냥 읽는 순서대로 이해를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Woman in red"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면,

​기존의 잘못된 영어 교수법으로는,

'빨간 옷을 입은 여자'이다.

​이를 영어순해식으로 보면

​'여자. 빨간 옷을 입은' 식으로 해석한다.

​혼자 읽고 이해하면 그만이고,

​완전한 우리말로 의역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유레카’같은 경험이었다.

​문법을 처음 익히는 입장에서는

조금 까다로워 보일 수 있는

​관계대명사 that, which 같은 것들이 들어간 문장도

영어순해식으로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여자, 빨간 옷을 입은... 그런데 그 옷은 어떤 거. 그리고 또 부연설명'

​하는 식으로 덧붙여지는 것으로

이어나가기만 하면 되는 식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지문법에서의 접근법과 겹치는 면이 많다.

그래서 영어 문장을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부터

인지문법 방식으로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책이 다소 어렵지만

그렇게 하나 하나 새롭게 배워나가는 재미에

​2번 정도는 보았던 것 같다.

​그렇게 1학년 말에 시작해서 2학년 중에 마무리 했다.

 

2학년 때에는 단어에 대해서도 더 가속을 하게 되었다.

​옆의 전교 1~2등 하는 친구와

사전에서 단어 빨리 찾기 경쟁도 했었다.

​아마 요즘 인터넷이나 전자사전 찾는 것과 비슷한 속도였을지도 모른다.

​눈에 불을 켜고 찾았었다.

​단어의 첫 스펠링 부터 손으로 잡고

그 다음 모음, 자음 순서대로

사전에서의 대강의 위치에 익숙해져 있었다.

​단어를 빨리 찾는다라는 얕은 손기술과 눈기술을 부리는 것이 재밌었다.

​일종의 게임같은...

 


당시에는 특별히 단어장을 정해놓고 보지는 않았는데,

'꼬꼬영'으로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던 어원공부를

고등학교 2학년 때에 들어와서 비로소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최근 201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번역본이 나온 책인데,

"Word Power Made Easy (이하 워드파워)"라는 책을 우연하게 알게 되었다.

"꼬꼬영"은 다양한 설명과 그림이 있어서 편하고 재미있게 봤지만

절대적인 양이 많지는 않았었다.

입문용 책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면에 ​워드파워는 꼬꼬영보다 어휘 수가 더 많았고

책 전체가 모두 영어로 씌어 있었다.

​독해와 어휘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끈기와 집중력이 약한 나로서는

당시에 처음으로 끝까지 완독한 책이었다.

​고맙게도 이 책과 꼬꼬영을 통해서

보다 더 미국인의 언어, 어휘 마인드에 한 발짝 더 접근하게 되었다.

​당시로는 원서로 된 책을 (400 페이지 이내) 끝까지 다 보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었다.

​그 책을 마무리 한 이후,

​지금까지 거의 20년 동안 특별히 단어장을 보든지

의도적으로 단어를 외우려고 한 것은

잠시 미국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중에 보았던

​"Word Smart I+II (포켓판)" 한 권이 전부였다.

 

단어장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젠 듣기에 관한 경험...​

고등학교 시절의 영어를 얘기하면서

팝송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나 그러하듯 감수성이 한참 예민하던 시기.

​당시 All I want for Christmas, Without you 등의 히트곡을 뿜어내면서

미국 팝음악을 이끈 가수 중에

머라이어 캐리를 정말 좋아했었다.

​물론 대부분의 테이프를 다 사서 들었었고,

​어떤 곡들은 아마 100번이 아니라 1,000번이 넘도록 들었을 것이다.

​테이프를 처음 구입했을 때 보다

최소한 10% 이상은 늘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들리는 말은 절대 안들린다.

1,000번을 들어도 안들리는 말이

결국 가사를 한 번 보니까 쉽게 알겠더라.

​이렇게 쉬운 말이 안들렸다니.

​팝송영어 학습법의 한계를 느낀 순간이었다.

​받아쓰기(dictation)도 마찬가지이다.

AFKN을 아무리 들어봐도 안들리는 말은 안들렸다.

​잘 안들리는 것도 계속 듣다보면

언젠가는 귀가 뚫린다고 하지만,

​나 정도로 미친듯이 많이 듣고 나서도 안들린다면

내가 청각장애자이든지

방법론이 잘못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닿게 되었다.

​다행히 난 청력이 일반인 평균보다 조금 더 좋은 정도이다.

 

어떻게든 영어를 정복해보고 싶은 마음에

중고등학교 사이에 팝송으로 영어공부를 하는 교재 전집을 사서

열심히 듣고 공부했었다.

​실전적으로 말을 할 기회가 없어서 확인이 힘든 탓도 있었겠지만

도움이 거의 안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그 방법이 좋았던 점 2가지는,

​팝송에 나오는 일부 구절이나 표현들을 익히게 된 것과

일부 발음을 좀 더 내보았다는 것이다.

그 외에 전반적인 회화능력이 올랐다거나 하는 것은

이후에 실전 환경에 투입된 이후에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팝송은 다소 문학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서인지

표현이 시적으로 되어있거나

실전 환경에서 쓰기 간지러운 표현들이 많았다.

​나중에 실전 환경에서 그런 표현들을 쓸 경우는 없었다.

​영어실력이 오르든 말든 한 때 팝송영어로 강의하시는 분들은

짭짤한 수입을 올리지 않았을지.

 

반면에 학교시험이나 수능 모의고사의 듣기는 비정상적으로 쉬웠다.

​사실 당시의 영어는 책에만 머무는 것이 주로였으므로

듣기의 비중이 낮았고,

​말하기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고등학교 내의 ​시험만을 위해서라면 더 이상 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제한된 환경 내에서 영어에 대한 것은 무엇이든 끝까지 가고 싶었다.

​고등학교 2학년 까지는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다는 심정으로 이것 저것 다 해봤었다.

​그렇게 열심히는 했으나

결국 이렇다할 만한 것은 없었고

이후 몇 년간 막연하게 영어를 잘한다 하는 생각으로만 살았었다.

​그 생각도 군대 가서는 무참히 짓밟혔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막상 실력을 올린다고 해도

얼마나 공허하고 우물안 개구리였는지 느낀 곳이 바로 군대였다.

​그 얘기는 ‘군대’ 부분에서 한다.

 

여기까지 해서 영어의 1막을 내린다.

​학교 영어수업이나 보습학원에서는

나에게 영어의 가이드를 제시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더듬더듬 짚어간 영어의 길에서

나름 어느 정도는 인풋 영어의 기반을 착실히 다졌었다.

​그 마무리가 워드파워와 영어순해였다.

​내 영어의 스승은 폐품 쓰레기인 셈이다.

고등학교 때 뭔가 많이 한 것 같았는데,

막상 써보니 별 것 없어 보인다.

영어에 대한 사명감으로 살았었고,

오죽했으면 어머니께서,

"이젠 영어좀 그만하고

모자란 과목 공부해라."

라고 하실 정도였다.

그 말에 오히려 난 울먹이면서

어머니를 설득시켜 드리려고 했었고....

완전 미친X이었다.

 

아마 내가 현실감이 더 있었으면

어머니 말씀을 더 귀담아 들어서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큰 차이가 없었을 수도 있고.

알 수가 없으니 별 후회는 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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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이슨팍의 진짜영어 경험담

(5)  재수, 대학 시기

 


고등학교 2학년 때 까지의 영어를 뒤로 하고

아마도 짧은 영어공부 역사에서

이 때가 영어를 제일 안했던 때가 아닐까 싶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 부터는 영어공부를 안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대학입시 첫 해를 망치고 재수의 터널로 들어갔었다.

​재수 시절에도 영어공부는 전혀 안했다.

 

재수 끝에 간신히 대학교에 입학했고,

​학과는 생명과학과였다.

​​고등학교 부분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는데,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중에 진로를 정하는 시기가 있었다.

​문과냐 이과냐 선택을 해야 하는데,

​집에서 부모님과 상의 끝에 이과로 가는 것으로 정했다.

​문과로 가서 영문학과에 진학한다면

친구들이 모두 나를 인식하는 바대로

자연스럽게 가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쟤는 영어 공부 하는 애’라고 인식이 되어 있었고,

​하루에도 몇 번 씩 친구들이 나에게 영어에 관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잘 선택한 일인 것 같다.

​영문학과에 진학했으면 난 영어’만’ 할 줄 아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는 언제 어디에서든 계속 공부하고

받아들일 주제이기 때문에

영어 말고 추가로 전문분야를 만들어 놔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물리책의 뒷 부분을 재미있게 공부했었다.

​그 중에 전자기학 부분이 제일 재미있어서 대학도 그 학과로 지원했었다.

​경기권의 모 대학 한 곳만 붙고 나머지는 다 떨어졌다.

​떠밀리다싶이 ‘고3’이 되었었고

멍하게 지나갔던 시기였기 때문에

의식을 가지고 하면 아무리 못해도 고3때 보다는 점수가 잘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재수를 하는 중 어머니께서,

‘미래에는 바이오의 시대가 온다’라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보여주셨고

의대에 갈 점수는 안되었기에

목표전공을 생물학(또는 생명과학)으로 정하고

그렇게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학에 와서도 특별히 영어를 공부하지는 않았다.

​영어는 대학 1학년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교양수업때만 했었다.

​평생 단 한 번 영어시험을 위해 잠시 공부한 떄이기도 한데,

​카투사 지원을 위해 토익시험을 준비하던 때였다.

​카투사에 대한 가정 일화를 짧게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것때문에 부모님 두분이서 싸우기 까지 하셨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뉴스에 카투사 관련된 기사가 나왔는데

해병대 장교 출신이신 아버지는,

“남자는 해병대이지.”라고 하셨단다.

​어머니 생각은,

“군대에서 실속있게 뭐라도 기술을 배워서 나와야 한다”였다.

​한참 옥신각신 하다가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

‘카투사 나오면 영어 하나라도 잘하게 되지 않겠나’에서

토론의 마침표가 찍혔다.

​아버지도 군복무 시절 영어의 필요성을 남달리 느끼셨었기 때문에 바로 수긍하셨다고.

​그렇게 집에서는 이미 고등학교 1학년 때 나의 군입대 문제가 해결되었고,

​나도 영어의 끝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당시 나처럼 카투사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친한 친구와 함께 결심을 했다.

​나중에 대학 들어가면 같이 카투사 들어가자라고.

​카투사에 지원하려면

당시에는 대표적으로 토익점수가 필요했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크고 작은 모임이 많은 틈에

토익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대학 입학하자마자 2~3달 동안

등하교 길 지하철 안에서 얇은 토익시험용 책자를

비몽사몽 간에 살짝 훑어본 것이 전부였다.

1학기 중에 토익 시험 점수 받은 것으로 카투사에 지원했다.

​고작 795점.

​그나마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구한

토익 문제집 풀었을 때의 점수(585점)보다는 높아진 것이다.

​요즘에는 어린 학생들도 토익 만점자가 많아서

시험에 대해서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이다.

​그 때도 막연하게나마 토익점수가 영어실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고

점수 한 번 나온 것으로 지원했다.

​당시에는 토익 600점이 커트라인이었다.

​같이 지원한 친구는 605점이었는데

정말 운이 좋은 친구인 것 같았다.

​드디어 11월 초에 합격 통지를 받았고,

​그 친구도 합격했다.

​지금은 이렇게 간단하게 쓰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지금까지 원하던 대로 그대로 이뤄진 거의 유일한 것인 듯 하다.

​생각해보면 아찔한 것이,

​나중에 합격자 발표 난 후에 보니까

주변에 선배, 동기들 대부분은 지원했었고

대략 10명 남짓했던 그들 모두 탈락했었다.

​​가능성의 문제이긴 하지만

다녀오고 나면 어학연수보다

여러가지로 더 효율성도 좋은 제도이니까

남자들은 한 번 쯤은 응시해 보는 것도 좋겠다.

​어찌됐든,

​카투사는 합격 통지를 받고 나서

그 다음 해에 나이 순서대로 입대를 하기 때문에

1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참고로 요즘은 희망입대 시기를 정해서 지원한다고 한다.)

​입대 전에 회화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학원 다니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시험점수 제출 후부터 군입대 시기까지 별다른 공부는 안했다.

​매칭 가능성 제로(0)에 수렴하는

소개팅, 미팅만 열심히 하고

마지막으로 군입대 직전 학기를 마치고 나서는

편한 마음으로 아르바이트 하면서 지냈었다.

​"진짜영어"를 만난 것은 입대한 이후였다.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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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

(11) 영어는 암기력이 좋아야 잘한다?

 

 

 

“네가 암기력만 좋았으면 인생이 바뀌었을텐데.”

 

어머니께서 예전에 수없이 하셨던 말이다.
아들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끝이 없고 그 안타까움 역시 그러겠지.
학창시절에도 나의 암기력은 반에서 중간 이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나라 교육에서 암기과목의 대명사인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되었을까. 역설적으로, 암기력 또는 기억력이 안좋고 귀찮은 것을 잘 안하던 성격이어서 그런 것들을 피하면서 나름의 꾀를 쓰다보니 다른 길이 찾아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바로 이거다.


“그 많은 표현, 그 수많은 단어들을 언제 다 외우나!”


영어를 배우는 초기부터 그렇게 배워왔고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영어를 더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서점에서 영어책을 찾는다. "죽을 때 까지 써먹는 영어회화 1,000가지" 같은 책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이 책만 보면 영어표현은 다 알 것 같고 결국 영어 잘하게 될 것 같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늘의 영어표현" 같은 내용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에 하나라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쌓여서 영어를 잘하게 되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친절하게도 매일 좋은 영어표현 하나씩 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다. 그럼 영어 끝난 건가?
“오늘의 영어표현 1가지”를 현실적으로 계산해 보자.


하루에 1개 x 365일 = 365개 표현


1년을 매일같이 영어표현 하나씩 봐도 기껏 365가지 표현 밖에 못쓴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영어는 우리말과 1:1 그대로 대응되는 말이 잘 없다. 사실 독해나 해석은 영어의 내용을 비슷한 느낌의 우리말로 대응시키는 정도이다. 여기에서 잠깐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영어문장 100선”의 내용을 일부 따서 보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보인다.


Act your age. (나이에 맞게 행동해.)
Be my guest. (좋을 대로 하세요.)
Beat it. (꺼져.)

 

이 외에도 수많은 표현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목록의 표현들을 다 외웠다고 가정해보자. 살아 가면서 "꺼져"라고 말할 기회가 몇 번이나 될지. 예의상 그런 말을 못할 경우가 대부분 아닐지. 또한 위의 표현들은 어투의 수준에 문제가 있다. 속어나 경멸조의 표현, 경박한 표현, 또는 문법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실제로 쓰면 너무 정색하는 말투여서 낯간지러워지는 표현들이 “오늘의 표현”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과연 언제 써먹을 수 있을지.

 

오히려 그런 말보다 "~에서 뭘 꺼내서 어디에다가 다시 넣어"같은 동사+전치사의 결합을 통해 공간 속에서의 위치 기반으로 된 표현을 더 많이 쓰지 않을까.

 

영어표현 암기에 의한 영어학습법에 회의적인 이유가, 이미 그것을 경험했고 실질적인 효용이 낮은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영어를 그나마 약한 암기력에 많이 의존했었는데, 수많은 자체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 암기에 의존하는 영어학습법은 소위,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가진 사람들에게나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기억력이 일반인의 평균 수준에도 못미치는 사람에게는 정말 힘든 방법이다. (* Photographic Memory: 살짝 보고 지나가기만 해도 정보가 그림 복사한 것 처럼 머리에 그대로 저장되는 높은 수준의 기억력)

 

설사 그런 표현들을 다 외웠다고 해도 그 기억의 체(sieve)에 한계가 있다. 즉 외운 표현들이 실전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모두 쓸 수 있느냐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1장 “60년째 한국영어를 망쳐온 공부법” 참조)

 

문법공식, 영어표현 암기식 영어보다는, 영어는 기본적으로 이해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머리 속에 내용이 많이 저장되어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아웃풋을 할 수 있는 것은 맞다. 그게 일종의 암기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고스란히 외우는 것 보다는 어떻게 말을 만들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아는 것이 더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기본 세팅이 되겠다. 즉 유태인의 속담과 같이,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낫다”, 또는 교육에 대한 서양 속담처럼 “말을 물가에 끌어다 놓을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영어표현 현상 모음집을 외울 것이 아니라 영어의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면 얼마든지 영어표현을 암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표현을 암기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경우의 수로 조합을 만들면서 스트레스 없이 수많은 표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암기에 치중하면서 발등의 급한 불을 끄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언젠가 그 믿고 있는 방식에 발등이 찍히게 된다.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영어는 두가지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지금까지의 국내파 영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입장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지겹도록 강조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영어에서 철저하게 배재되었던 방식이고 당연한 결과로….
대한민국이 영어장애 국가가 되었다.
이제는 묵은 영어를 떨쳐내야 할 때가 이미 지나고도 남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꿀 수 있다.

 

요약하자면,

 

(1) 영어는 이해과목이다.
(2) 영어는 훈련과목이다.

 

이해하고 훈련하면 끝. 일부러 암기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훈련은 즉 몸으로 암기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영어의 한계에 대해 짚어봤다.
그 한계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영어를 공부하고 수련해왔는지
개인적인 얘기를 다음 장에서 모두 풀어서 보여주겠다.
지겨운 1장 영어환경 얘기 듣느라 고생들 하셨다. 제이슨팍 영어라는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본인과 비교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전혀 특별한 것 없는 여러분 옆자리 친구가 어떻게 했는지 말이다.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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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

(10) 미국 거주경력 게이지 (gauge):

미국 얼마 살면 얼마나 잘하나? 5년 살다오면 영어는 게임 끝. 우리는 국내에서도 3년 유학파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국에서 5년 이상 살면 끝난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실전에 써먹히지도 않는 책 속에만 머무는 영어를 10년 동안 낮은 밀도로 해왔으니 도대체가 생색내기용 영어교육 밖에 안되었던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영어를 배워온 우리들 대다수는 영어 앞에서는 항상 원죄의식에 사로잡힌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입장에서는 영어의 고수들, 즉 해외파, 유학파, 교포들을 막연하게 동경하거나 그들 앞에서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말자.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살다 왔으면 잘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본 섹션에서는 막연하게 겁먹지 말고, 유학이나 해외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목표로 잡을 수 있는 영어 유창성의 레벨을 제시한다. 하루에 최소 1시간이라도 원어민들과 접할 기회가 있거나 영어만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아래에 나열한 것과 같이 각 단계별로 옮겨갈 수 있게 되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란다.


영어 고수들을 처음 접하게 되면, 영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입장에서는 이런 궁금증이 들 수 있다.

 

“미국에 어느 정도 살면 저렇게 잘하게 되는 것인가?”

 

우선 미국 거주 기간보다도, 국내파인지 해외파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1차적으로는 발음을 들어보면 짐작이 될 것이고, 2차적으로는 사용하는 단어, 추임새, 연결, 전환어구 사용 정도, 동사, 전치사의 결합, 억양 등을 잘 살펴보면 구분이 가능하다.


한국영어에서 아무리 갈고 닦아도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한다.


해외파 또는 유학파 영어라는 판단이 섰으면 대개 아래의 구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첫 해는 영어의 거대한 파도에 어리둥절해 하는 기간이고, 그러는 와중에도 영어의 소리에 익숙해지고 영어를 쓰는 환경에 익숙해지는 기간이다. 대부분 어학연수를 다녀오면 이 정도가 된다. 영어가 입에 붙은 정도는 아니고 말은 대강 들리기는 하는데 아직 안들리는 것이 많다. 중요한 것은, 한국환경에서만 있었던 사람으로서는 힘든 첫 스텝에 도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영어 쓰는 환경이 무섭지는 않다 하는 정도. 이것만 해도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큰 한발짝이고 이 이후에는 당분간 영어가 재미있어진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 두려움… 아마 대부분의 한국영어 학습자라면 갖고 있을 것이다. 정말 고맙게 생각해라.

 

만 2년 정도가 되면, 표현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면서 좀 더 비판적으로 교재를 골라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시점이 된다. 1년차에서 영어용기의 계단을 오른 뒤 제일 용감하고 적극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외국인과 말을 트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고, 어떻게든 말을 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여전히 쓰는 말만 쓰게 되고 이것이 서서히 내적인 고민으로 커가게 된다. 일반적인 1년 기간보다 조금 더 길게 2년 정도의 어학연수나 석사과정 2~3년 유학 다녀온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3년이 넘어가면, 억양이 좀 더 원어민의 그것을 지향하게 되어 말이 더 안정적으로 나오고 전치사, 동사의 활용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힌다. 영어식에 더 가깝게 편하고 쉬운 영어를 쓸 수 있게 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부터 언어생활에 있어서 어려움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4~5년 사이에는 표현의 정교함이 더해지고 (물론 이 때에도 수많은 대화와 독서를 통해 인풋과 아웃풋이 어느 정도 행해진다는 전제 하에) 이미 머리 속에는 수많은 비유표현, 구동사, 속어(slang, idiom) 등의 덩어리들이 자리 잡혀서 언어생활에 전혀 어려움이 없게 된다.

 

5년이 넘어가면 얼핏 듣기에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하게 된다. 발음에 대한 민감도, 미국에 진입한 시점에 따라차이는 존재한다. 아무래도 성인이 되어 간 경우보다 10대 초중반 때 간 경우가 발음과 억양이 상대적으로 더 좋고 자연스럽다. 간혹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다음 둘 중의 하나이다.

 

[영어권 생활 경험자이지만 영잘못 케이스]

 

1) 게을러서 스스로 추가적인 공부를 하지 않았다.

2) 원어민 만남 기회 없음.

3) 언어감각이 약하다. 의미의 시각화 능력이 약해서 영어로 받아들인 내용을 실시간으로 개념적으로 정리하거나 머리 속에 생각으로 되어 있는 것을 한국어 회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그에 매치되는 영어로 바꾸는 순발력이 약한 경우.

 

5년 이상, 10년 이상의 레벨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제대로 그 문화권에서 본인의 역할을 하고 산다면 반대로 한국말이 더 어눌하고 서툴어진다고 보면 된다.
여담이지만, 사실 이런면 때문에 내가 사람들과 처음 만났을 때 오해를 사기도 한다. 원래 말이 좀 느리고 목소리가 저음이라 그런지 영어를 전혀 쓰지 않았음에도 “외국에 살다 오셨어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처음에는 칭찬인 것 같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아닌 것 같고, 다시 더 생각해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은, 한동안 혼자만의 착각 속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내가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그 기운이 스며 나오는 것인가 하고. 그러니 혹시라도 그런 말 들었다고 해도 우쭐댈 필요가 없다. 그저 하던 공부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길.


영어권 경험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나 상대적인 위축감을 없애자는 의미로 본 섹션을 정리해보았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영어에 적극적으로 노출될 수 있으므로 3년 유학파 정도는 얼마든지 도달할 수 있다. 막연해 하지 말고, 현실적인 목표를 잡고 힘 내보자.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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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

(9) 순수국내파가 뭐지?

한국 토종 영어는 뭘까?

왜 기준을 나눠야 할까?

 

 

 

우리나라처럼 영어 잘하기 힘든 환경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강의나 교재에 순수국내파, 대한민국 토종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분들이 간혹 보인다. 진정 순수국내파라면 그렇게 표기를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같은 국내파인 나도 열심히 하면 그 사람처럼 될 수 있겠다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짝퉁 순수국내파’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 사람들 자체는 윤리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문제 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진짜로 순수국내파인 대다수의 학습자들에게 희망고문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파로서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잘못 오해를 하지 않게 국내파에 대한 기준을 정확하게 잡아본다.

 

영어를 잘하기 힘든 환경에서 짝퉁들이 순진한 우리의 토종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학원 강사들을 보시라. 대부분 해외 어느 대학 나왔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누군가를 비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상당수는 집에 경제력은 되고 공부는 안했던 부류가 많다. (반에서 손가락 안에 들면, 왠만하면 SKY를 노려보기라도 하게 되고, 1차적으로 한국에서 승부 보려고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미국에서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그건 최근에 와서의 경우이고, 예전에 미국 다녀온 사람들.... 그들은 왜 미국에서 잡을 못구하고 한국으로 왔는가. 혹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직장을 번듯이 잡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암튼 그들이 우리의 영어를 책임진다?

 

반에서 꼴찌 하던 친구가 미국에서 몇 년 살다 와서는 나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고 생각해보자. 그 친구와 나와의 차이점은 단지 영어권 생활 경험의 유무 밖에 없다. 내가 그 경험이 있다면 그 친구보다 더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 친구의 현지 체류비에 대해서 시간을 달리해 대신 갚아주는 셈인가.

 

순수국내파라는 개념에 대해서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있다. 어떤 선생님은 본인이 고등학교 까지 국내에서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영어권에서 몇 년 간 생활한 것은 자체적으로 논외로 정하고 스스로 순수국내파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진정한 순수국내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자칫 본인 자랑하는 것 밖에 안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엄밀한 잣대로 보면 나도 순수국내파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내 경우는 사실대로 말해서, 1년 6개월 정도 영어환경에 있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군부대에서 카투사 복무 중 앞뒤 영어를 쓰지 않은 기간을 제외한 길이이다. 당시의 총 복무기간은 2년 2개월이었다. 요즘 어학연수 1~2년 경험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 봤을 때는 출발선이 비슷하다는 의미로 순수국내파라고 했던 것이다. 모든 것이 통제된 환경에서 자체적으로 책과 음성자료만으로 유학파를 뛰어넘는 영어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래에 해당하면 순수국내파가 아니다.
(즉, 여기에 포함되면 영어를 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

 

1) 영어권 거주 경력 2~3년 이상
2) 해외여행 시간길이의 누적 기간 1년 이상
3) 국내에서 원어민이나 유학파들과 빈번하게 영어로 의사소통
4) 국내에서 장기간 3년 이상 영어로 수업 및 토론
5) 영어 사용 기회가 많은 업무 기간 3년 이상

 

영어권에 몇 년 살다왔으면서도 본인의 영어가 given이 아니라 earned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그저 당신들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해 하고 겸손하게 살길 바란다.

(그들도 나름 삶의 애환이 있겠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더 확인이 안되기에 만약에 있다면 나중에 내가 커피 한 잔 사주면서 위로해 줄 의향은 있다.)

[기준에 대한 추가설명]
영어권에서 1~2년 거주한 경우이면 겨우 원어민과의 회화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는 정도이므로, 위에는 2년 이상으로 정했다. 다만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여행 이후에도 여행지에서 알게된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년 정도만 간신히 넘더라도 영어에 대한 경험치는 높을 수가 있다. 사실 이런 면 때문에 굳이 지면을 할애하여 순수국내파라는 사전에도 있지 않은 개념을 만들어서 설명을 했다.

 

한국에서만 있어도 주기적으로 영어를 쓰는 경험이 누적된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는 꽤 많이 있다. 가령, 한국에서 미군을 사귀었다든지, 어릴 적 원어민 과외를 몇 년 동안 했든지... 갈 수록 훨씬 많아질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이냐?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자체로는 영어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저 시험, 줄세우기 영어. 그게 진정 영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지만 우리들은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10년째 실력의 변화가 없다.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영어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다가 머리카락이 나오면 군만두 서비스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영어공부는 소기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학습자들 스스로 열심히 안해서 그랬나보다 하고 넘어간다. 의지의 문제도 있겠지만 학습의 방향과 방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10년 밑빠진 영어물독에 물만 부으면서 살아온 격이다.

 

그런 개똥같은 교육 환경에서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가, 10년 넘게 영어를 해도 영어장애자가 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내가 비정상인 거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영어"만" 붙잡고 살고, 현실 감각 없이 중고등학교를 보내서 그저 평범한 학교,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했던 내가 비정상이다.

순수국내파(국내 토종)를 가려내야 하는 이유를 보다 깊게 들여다 볼까.
영어를 자연스럽게 쓰는 환경에서 몇 년 경험을 하고 온 강사들은 그 환경에서 말의 앞뒤 문맥과 문화를 배경으로 통째로 받아들인다. 그러다보니 영어실력이 향상된 데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없다. 반대로, 우리가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면 그들과 비슷하게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해진다. 강의 내용에서도 영어식 사고를 키워주는 것 보다는, 영어표현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1970~90년대의 영어회화를 이끌어온 기존의 강의법들이 주로 이와 같은 방식이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편하다. 강의 편 수를 늘이기도 쉽고 상황의 단편들을 나열하면서 설명만 해주면 되는 식이었다. 학습을 하는 입장에서는 배우는 당시에는 지식이 많이 쌓이는 것 같고 영어를 잘하게 될 것 같은 희망에 젖게 된다.

 

그러므로, 영어책 고를 때도 잘~~~ 봐야 한다. 정말로 잘. 영어표현 잔뜩 씌어 있으면 좋은 책인줄 알거다. 혹은 좋은 강의인 줄 알거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표현만 늘여놓은 건 당신들의 영어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 내가 다 해봐서 안다.

 

앵무새가 될것인가, 영어식 사고를 익혀서 능동적으로 만들어 쓸 줄 아는 영어 사용자가 될 것인가. 언제나 인생은 레드필 vs 블루필이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배우는 표현이 제한되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물론 영어는 무엇이든지 공부해서 손해볼 것은 없기 때문에 선작용도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해 영어에 대해 흥미를 가지거나 업무에 활용한 사람들도 많게 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아버지가 그 예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반대로, 영어는 암기과목이라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 말의 표현들을 외워서 말을 하게 됐는가. 그 언어를 계속 쓰는 입장에 있을 때는 이 방식이 유용하다. 하루에도 몇 번 씩 특정 표현이 반복해서 쓰이고, 바로바로 확인할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나중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지금보다 더 정교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파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온몸으로 지속적으로 접하는 환경을 만나기가 어렵다.

 

도대체 누구야?
영어가 암기과목이라구?
교육부, 영어 쌤들...
정말 어떻게 책임질 건가?

아마 그럴 생각도 없겠지.
본인들이 배운게 그런 방식이니까.
그게 정답인 줄 알고 살았으니까.

유학파나 교포같은 해외경력자와 달리 순수국내파의 영어강의 내용은 문법, 독해, 단어 등 인풋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이 영역 또한 배울 때는 뭔가 많이 배운 느낌이 난다. 영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더 이상 궁금증이 안생길 것 같고 문장을 보더라도 분석을 해서 받아들이면 대개의 경우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문법에 집중한 영어의 맹점은 지나치게 문법성에만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 (3장 “문법용어” 참조) 영어권에서 오랜 기간 동안 거주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압축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언어체계를 배우기 위해 문법공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문법만 강조하는 영어 쌤들 중에 실제로 스피킹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 손!

지금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불쌍하다. 문법 공식, 줄치고 어쩌고.... 백날 해봐라. 영어가 되나.

 

문제는, 수학공식같은 설명과 마음에 와닿지 않는 한자어로 짜여진 문법용어들의 범벅으로 영어 자체가 더 외계어가 되는 것이다. 큰 마음 먹고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포기하고 또 시작을 해보아도 번번히 실패하게 되는 이유이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관계대명사”를 설명할 것이 아니라면 문법용어 자체가 사실 필요 없다. 우리는 언어의 사용자 입장에서 말을 잘 이해하고 써먹기만 하면 된다. 중고등학교 때 영어를 시험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가슴아픈 현실도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할 정도로 받아들이기 싫지만 대학 진학,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영어는 문법 (또는 시험)”이라는 등식관계가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영어현실은 징그럽기까지 하다.

 

문법용어, 문법공식은 여러분의 영어를 걸레로 만듭니다! 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

 

 

문법사항을 잘 아는 것은 실전에서 영어를 잘쓰는 것과 다른 차원의 얘기이다. 우리는 그동안 반쪽자리 영어를 한 셈이다. 4장 방법론 부분에서 자세히 풀어내겠지만 여기에서 짧게 말하자면 문법 등 기본적인 인풋이 되면 거기에 “훈련”의 개념이 추가적으로 들어가야 국내파 영어에서 탈피할 수 있다. 그것이 없으면 무술의 품세나 형(形)만 익히고 실전 스파링 또는 스파링을 위한 컨디셔닝을 하지 않은 것과 다름 없다. 영어와 분야는 다르지만, 종합격투기에서 왜 고전무술이 자리를 잡지 못했는지 생각해보면 비교가 쉬울 것이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적어도 내가 한참 헤맸을 때는) 누구도 말해준 적이 없었고 영어를 수련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영어는 원어민이나 유학파에게 배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급레벨(1장 “고급영어” 부분 참조) 이상에서는 맞는 얘기이다. 하지만 아직 초보자 레벨에서는 추천할만 하지 않다. 그만큼 학습자들이 실질적인 기준과 출발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파의 기준을 정리해 보았다. 현재 영어를 한참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서 외국인이나 영어환경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운 사람에게 영어를 배워야 잘할까, 아니면 국내파 중에서 영어의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경험을 직접 해본 사람에게 배워야 잘하게 될까. 어떤 쪽에서 배우는 것이 국내파가 영어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지 잘 따져보기 바란다.

 

책을 통틀어 거듭 강조하는 것인데, 지금 영어가 힘들다고 좌절하거나 열등감에 빠져 있을 필요가 없다. 나처럼 기억력과 집중력이 평균 이하인 사람도 해냈으니 여러분은 더욱 잘할 수 있다. 기왕 유학파 얘기가 나왔으니 다음 섹션에서는 미국*에서 어느 정도 살면 어느 정도 영어를 하게 되는지 살펴보자.

(* 미국: 영어를 쓰는 대표적인 공간으로서 ‘미국’을 정했다. 미군 부대 생활을 잠시 해봐서 완전 친미도 아니고 완전 반미도 아닌 회색인간의 입장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단순하게 머리로 암기는 것이 영어의 노하우가 아니다.
더 단순하게 몸으로 익히는 게 영어다.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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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

(7) 고급영어에 대한 환상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은 영어를 잘할까?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영어에는 어느 정도는 단계가 존재한다.

기초-초급-중급-고급의 순서 정도?

그럼 ‘고급영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얼마나 고급어휘를 잘 사용하고,

비유표현이나 멋들어진 표현을 많이 쓰는가를

떠올릴 것이다.

 

이쯤에서 쉽게 떠올리는 대표인물이 바로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임기: 2007년 ~ 2016년)이다.

 

EBS 다큐멘터리(“언어발달의 수수께끼” 1부)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영어를 두고

원어민들과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보이는) 일반인들

각각의 평가가 나온 적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들으셨는지?

 

반기문 사무총장의 영어에 대해

원어민들은 고급스럽고 잘하는 영어라고 반응한 반면,

일반 한국인들은 발음만 듣고는

잘 못하는 영어라고 일축했다.

두 그룹 모두 부분적으로는 맞고,

또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다.

 

[사진]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 어찌 됐든 개인적으로 성공하신 분이고, 고생 많이 하셨음 (이미지 출처: YTN)

 

반기문 총장의

입장과 환경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토종 국내파 출신으로서

1970년 외무고시 합격 후

몇 십 년 째 외교업무를 맡아왔다.

 

UN이라는 곳은 영어로 둘러싸인 환경이다.

우리들 중에, 그가 사석에서 캐주얼하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로 공식 멘트를 할 때가 전부라고 봐야 한다.

또한 국제적인 정치무대에서

동료들이나 각국 대사들과

어느 정도의 친분관계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친구들 편하게 만나는 것 처럼은

아닐 것이다.

사무적인 내용 위주일 것이고

그나마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환경.

그렇다면 많이 쓰는 말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위 영상에서 일반인들은 발음만 보고

유창성을 가늠했고,

원어민들은 표현의 정교성이나

어휘 수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두 그룹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는 말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환경에서의 반기문 영어는

그 자체로 훌륭하다.

수정/보완을 얼마나 거쳤겠는가.

 

그런데 사실

대본 보고 그대로 읽은 것일 뿐이다.

(공식석상에서 보고 읽는 건 오류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치고,

암튼 이건 넘어가자.)

 

영어는 이미 글로벌 언어이고

미국식 발음이 무조건 정석은 아니다.

그의 업력과 입지 기준으로 봤을 때

업무상 영어는 상급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단계에서

발음에 치중한 판단도 틀린 것은 아니다.

 

표현의 정교성 보다

유창성이나 능숙함에 대해

본 것이기 때문이다.

 

발음이 좋다고

무조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 고수들 중에서 발음이 형편없는 경우보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그런 사람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되고

몸에 체화가 되어 있으면

문장을 읽을 때

영어 특유의 억양을 내거나

연음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러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불편하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의 영어에서는

그런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반기문 총장에게 감히 악평을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함이 있지만

독자분들에게 자유로운 판단에 대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말해보았다.

 

발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4장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번 섹션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고급영어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영어는 욕망의 언어이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굳이 영어를 더 잘하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나도 인풋 영어를 ‘공부’하던 초반에는

발음 내는 것에 대한 지대한 노력을 했었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전혀 도움이 안된 것은 아니었지만

겉껍질에 너무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다.

 

잘하는 것 처럼 보이려고 하는 경우 중에

고급어휘를 일부러 더 섞어쓰는 것도 있다.

 

사실 사용 어휘만 고급어휘로 보완해주면

얼마든지 소위 고급영어가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분야의 전문서를 많이 보고,

그 내용으로 토론을 하고

글이나 논문을 쓰면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

영어를 익히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고급영어를 목표로 삼으면 위험해진다.

문장의 기본구조와 영어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질 기회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시절에

단어 욕심이 많이 있었다.

 

밤에 정말 졸려서 자야 되는데

막 잠이 들려 하기 전에

‘opportunity (기회)’라는 단어 중간에

p가 한 개인지, 중간에 O였나 U였나

헷갈리는 것이었다.

잠은 자야되는데 그 답답함이

졸림보다 더 커서,

귀찮았지만 방에 가서 사전을 뒤적이고

잤을 정도였다.

 

또 이 세상에서 제일 긴 단어가 무엇인지

알게 된 뒤에는 막연한 자신감도 생겼었다.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 (짧게 pneumonia, 즉 ‘규폐증’, 화산재가 폐에 쌓여 생기는 병)라는 단어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한호림 저)’에서 처음 보고

굉장히 뿌듯했었다.

지금은 기억도 않나고 잘 쓰지도 않는

신기한 단어들을 보는 것에 쾌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런 뿌듯함은

실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막상 외국인을 만나서

이런 단어를 얘기할 일도 없고,

얘기해도 상대방이 모를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원어민들이나 영어고수들은

쉬운 영어로 얘기를 한다.

어려운 단어를 나열한다고

영어를 잘하거나 더 고급영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알파벳을 처음 접한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것을 간신히 깨닫고 틀을 깰 수 있었다.

책에만 머무는 영어를 해온 사람이

빠지기 쉬운 과오이다.

여러분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영어는 언어이고 실전이다.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영어를 해야 한다.

문법공식 열심히 외우고,

복잡한 문장 전환을 할줄 알고

멋있어 보이는 영어표현과

단어를 많이 외우고 있다고 해도

실전에서 간단한 말조차 만들지 못하면

그건 영어를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외워서 하거나,

잘해야지 하는, 의도적인 에너지를

별로 쓰지 않고서도 편하게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단계까지 가는게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영어를

활동적으로 쓰지 않은지

15년도 더 넘었다.

 

영어를 쓰던 초반에는,

말을 하려고 하면

머리 속에서 문법검증부터

다 끝난 다음에 얘기를 꺼냈었다.

 

그래도 원어민들은

내 영어의 어색함에 웃기만 하고,

내 자신감은 도망가 버렸었다.

 

영어를 무작정

많이 하기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고급영어냐 아니냐,

반기문 영어가 어떻고 하는 식의

쓸데없는 고민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영어는 오직 실전만 생각하자.

 

(자세한 에피소드는 2장 군대편에서)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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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_(6) 영어는 하나다.

 

 

길을 다니다보면 수많은 간판에

휩싸이는 것 같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무수한 영어학원 간판들을 보면서

영어에 다양한 종류가 있는 줄 알거다.

 

어린이영어, 초등학교영어,

중학교영어, 내신영어,

수능영어, 토익영어,

유학생영어, 비즈니스영어..

실버영어도 있으려나.

 

나라 전체가

영어백화점이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말을 배웠을 때를 떠올려볼까.

우리 말에 어른말, 어린이말이

따로 있었나.

 

다만 어휘와 문법의 복잡성 수준 문제이다.

단어가 쉽고 여럽고,

그림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따로 나눠서 공부한 적은 없을 것이다.

 

한국어 문화권 안에 속해 있기 때문에

어른말, 어린이말인지도 모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옮겨왔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영어, 학생영어,

성인영어, 비즈니스영어,

어르신영어가 따로 있지 않다.

영어를 나누는 기준은 단지 단어 차이이다.

 

기본틀은 모두 똑같고, 하나이다.

우리말에서 예를 들면,

“나는 밥먹고 싶다.”와 같은 구조가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우리 회사에서는

이 문제가 이렇게 진행되길 원한다.”

와 같은 정도가 쓰일 수 있겠다.

 

단어와 구절만 바뀌고 결국은 같은 말이다.

그래서 영어는 주인공과 움직임,

여러분이 그간 익숙했던 말로 하자면

“주어 + 동사”*만 잘 알아도

기본적인 수준에서의 의사소통은 충분하다.

(* 이런 문법용어 혐오하지만 워낙 간단한 부분이니 여기에서 살짝만 쓴다.)

 

영어가 여러가지로 보이는 착시현상의

또 다른 경우는

시험영어와 실전영어이다.

 

사실 이 둘 역시 따로 떼어놓을 필요가 없다.

굳이 나누자면 앞뒤의 문제랄까.

점수를 잘 만들고 나서

영어의 전반적인 실력을 키우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그 반대의 방향으로 가면,

비록 점수는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어느 수준까지

쓸만한 정도로는 만들 수 있다.

 

그럼 생각은 더 간단해진다.

 

영어는 언어로 접근해야 한다.

실전 실력을 키우면 당연히 영어(회화)도 되고

시험점수도 우습지 않은 정도는 나온다.

그 정도면 된 것 아닌가.

 

대학과 회사에서도 만점자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커트라인을 정해놓은 이유를 잘 생각해보라.

말 그대로 커트라인이다.

(현실적인 커트는 800점으로 보면 된다.)

그것만 넘으면 거기에 대해서는

더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이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우리가 쏟아부을 수 있는 노력의 양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학교에서부터

시험영어를 준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당장 수능 평가방식이 바뀐다고 하고,

고교내신도 절대평가제도로 바뀐다고 한다.

대학 본고사는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가 없다.

시험이라는 겉껍질 현상에 집중하다 보니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불안해 하게 된다.

 

반대로 영어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근본을 다져놓으면

시험유형의 변화에는 신경쓰지 않게 된다.

영어가 갑자기 아랍어로

바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시험은 단지 1등 부터 꼴찌까지

줄세우기 위한 여러 도구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중고등학교 때는 물론이고

졸업 이후에도 우리는

시험영어를 성실하게 공부한다.

그래서 영어를 “공부한다”고 하는 표현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그런데 시험영어라는 것도 쉽지는 않다.

어떤 시험이든 몇 년 주기로 유형이 바뀌고,

또 다른 종류의 시험이 생겨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시험영어는

진학을 하거나 입사 할 때

꼭 필요한 것 처럼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기본 요구 점수만 만들고 나면

더 이상 어렵고 지긋지긋한 영어와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시험영어를 준비하는 데에 소요되는 기간은

짧으면 3개월에서 길면 1년, 2년이

넘어가기도 한다.

그것으로 끝난다면 다행이다.

 

불행하게도,

영어를 써야 하는 “위험상황”은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

영어를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도망자 신세가 된다.

 

바로 이 점이

여러분이 시험영어로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만 끄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한번에 영어체질과 체력을 만들고 나서

평생 영어걱정 할 필요 없이 지낼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지점이다.

 

물론 개개인의 언어감각와

영어에 노출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시험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것과

영어체질을 만드는 것에 시간과 노력의 총량이

큰 차이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후자가 더 효율적이다.

 

답은 정해졌다.

우리는 당장 “영어 = 시험”이라는 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시험 유형분석, 빈출문제 풀이를

하지 않으면 당장은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실전영어의 입장에서 접근하고,

시험영어에 꼭 필요한 시험기술은

시험기간에 맞춰 1~2달 정도만 보완해 주면 된다.

 

다 필요없고 점수만 있으면 되는 사람들은

유명한 시험기술 강사에게서 배우는 것은 추천할만 하다.

우리나라에 기술도사들은 많으니까.

영어를 죽기보다 싫어하고 당장 시험점수는

만들어야 되는 입장이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다.

하지만 인생은 1, 2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망자가 될지 자유인이 될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다.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결과는 그대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통계자료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취업때문에 대학생 10명 중 6명 졸업 미뤄", 2013.05.08, 고용노사팀 전용제 연구원)

 

 

 

[추측] 영어시험 유형 변경의 의미
(무조건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로 적어봄)

 

(1) 꼼수방지

문제유형별 공략법 전파로 인해

기술영어 팽배, 아시아권 만점자 대량양산 문제 발생

▶ 점수 신뢰도 하락

(시험점수와 회화능력 상관도 하락)


(2) 시험영어 출제회사 매출 증대

유형 변경 시점 이전부터 넘어온 응시자 수 증폭

▶ 체감 난이도 상승

▶ 응시 횟수 증가

(3) 시험비용 부담 증가

응시횟수 증가,

또는 비싼 응시료의 시험점수 제출

(토익 스피킹, 오픽 등)


영어시험 종류나 유형 변경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

(1) 시험은 항상 변화함
(2) 반면에 영어의 본질은 불변
(3) 근본적인 실력이 받쳐주면

시험 점수와 유형에 상관 없게 됨,
    시험 자체가 필요없어짐

 

영어의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다른 비슷한 현상과 비교

 

(1) 워렌버핏의 가치투자

단기적, 표면적인 챠트 기술분석에 의한 투자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 트렌드 변화 등의 근본적인 개념에 집중한

장기적인 투자가 높은 수익률로 연결됨
(2) 프로 권투선수 움직임

기본적으로는 원투 펀치에서 나옴
(3) 중국집 실력

짜장면과 짬뽕을 먹어보면 알 수 있음


 

(통계자료 출처: ETS, 2015, “Mean Toeic Scores Across Frequency of Testing”)

 

"시험"도 마케팅이다.

결국 ETS라는 시험출제 기관은 사실은 "회사"이다.

영리추구 집단인 것이다.

 

우리가 왜 그들의 매출증대 프레임에 끼워맞춰져야 하는가.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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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_(5) 60년째 한국 영어를 망쳐온 공부법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법이나 독해는 잘한다.

비록 영어스피킹은 (잘하는지 못하는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 스스로 우리의 영어에 대해 흔히 하는 말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나름의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실제 상황을 반영하면 아래와 같이 바뀌어야 좀 더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스피킹은 못하지만

문법과 독해를 조금은 할 줄 알아서 다행이다.”

 

그나마 조금 한다고 자부하는 독해와 문법도 과연 잘한다고 볼 수 있을까.

독해와 더불어 우리나라 영어가 60년째 변하지 않고

집중적으로 열심히 하는 영역이 바로 문법과 다이얼로그*(회화표현)이다.

 

독해에 있어서 가장 크게 발목을 잡는 것이

“뒤에서 수식” 한다는 문법설명이다.

영어는 중요한 것 또는 의미상 강한 것이 앞에 오고

나머지 설명하는 부분이 뒤에 오는데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문법적인 설명대로라면

뒤에 위치한 접속사나 관계대명사로 연결되는 영어구절이

문장의 앞의 주인공(주어)이나 객체(명사)를

“뒤에서 앞을 수식”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설명의 순서가 영어스럽지 않다.

 

예를 들어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영어에서는 “a woman in red” 또는 “a woman who wears red dress”이다.

왕초보라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정도의 구절이다.

하지만 이를 우리나라 문법식으로 해석하면,

“빨간 옷을 입은”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끝에 주인공인 “여인”이 나온다.

 

이를 인지문법의 관점에서 다시 보면,

“여자”가 있는데, 자세히 보니 “빨간 옷을 입었다.”

즉, “여자” + “빨간 옷을 입은”의 순서로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똑같이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을,

한쪽에서는 위의 그림에서 1번 입장에서 순서대로 봤고,

다른 입장, 즉 인지문법에서는 2번의 입장에서 본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 내용에 비춰보면

이렇게 해석하는 것을 ‘직독직해’라고 한다.

읽는대로 바로 이해하는 독해 방식이라는 뜻이다.

80-90년대에 한국식 영어에서 문법과 더불어 가장 큰 부분인 "독해"에서 꽤 중요한 화두였다.

 

인지문법의 틀에서 영어 본래의 사고방식대로 문장을 받아들이면

헷갈리는 부분도 더 적어지고

문장을 구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직독직해라는 말 자체도 필요 없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영어교육 방식에 의하면,

문법은 문법대로 부자련스러운 해석법에 기반한 방식으로 배우고,

이후에 직독직해 방법을 따로 연습을 해야

영어에 대한 이해력과 반응성이 더 좋아진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는 빨리 깨달았다고 해도

처음 영어를 시작한지 2~3년만에 터득하게 되는 내용이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나.

황금같은 중고등학교 시기에는 더욱 더 말이다.

 

처음부터 영어식으로 배우면

나중에 고생을 훨씬 덜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문법교육은 문법'성'만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오히려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 되어진다”와 같은 수동태 방식의 표현과

수동태와 능동태 사이의 전환이 그것이다.

 

실전에서는 그 ‘공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실제 대화상황에서도 문법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말이 선뜻 나오지 않게 된다.

이 말이 문법적으로 맞는지 틀린지 속으로 문법검증을 계속 하게 된다.

말이 입 밖으로 나가는 것을 내 몸의 모든 세포와 언어에 대한 기억들이,

바닷가에서 수영하다가 다리에 쥐났을 때 미역이 다리를 감는 것 마냥

몸 안으로 끌어들이기만 한다.

 

문법과 관련하여 내가 대한민국 영어의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군대에서 처절하게 느꼈다.

이는 2장에서 자세히 소개하기로 한다.

 

여하튼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추가적으로 직독직해 재교육이 필요한 문법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지문법 방식의 문법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본 섹션에서는 인지문법에 대해 가볍게 짚었고

자세한 설명은 4장의 “영어 끝내기 3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여기에 추가로 회화표현 외우기 방식의 영어가

우리나라 영어를 망쳐놓은 주범 중의 하나이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서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책 중에

“영어회화 표현 500개” 류의 책들이 다이얼로그 방식의 학습법을 포함한다.

이런 책들을 보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한 번 살펴보자.

 

1970~80년대 우리나라 산업부흥기에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시작되었다.

문법에 대해서는 지금의 교육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영어에 대해서 접할 수 있는 곳은 미군방송(AFKN, AFN), VOA (Voice of America) 등의

일부 라디오 방송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외국산 영화가 전부였다.

 

당시에 빠른 시간에 원어민들과 말을 틀 수 있는 방법은

단연 다이얼로그에 기반한 영어학습법이었다.

당시 영어에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침 먹었니?”, “자, 이쪽입니다.” 하는 식의 간단한 표현에서는 빛을 발했고

현재로서도 일부 측면에서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다이얼로그 영어는 실제적이지 않은,

어색하게 설정된 상황에서의 표현 위주로 보게 되기 때문에

무작위로 예상을 뛰어넘는 말들이 실전에서 오갈 때에는

역할을 잘 못할 확률이 높다.

 

또한 표현에서 배웠던 말들이 같은 맥락 안에서 정리된 것이 아니고

각각 개별적인 대화 덩어리이므로

학습내용 간 연결고리를 형성하기가 힘들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그 투입된 정보들 간에 상호연결성이 없다.

또한 완성된 형태의 문장, 완성된 형태의

대화 덩어리들을 많이 외우는 것 역시

언제 어디서든 편하고 자연스럽게

말을 만들어 쓰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실전 대화는

외운 표현 한 두마디만 뱉어내고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말이 말을 낳고 말꼬리가 꼬이는 등

다이나믹하게 진행된다.

외운 것으로만 해서는 금방 밑천이 드러나고

머리는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회화 책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훑어보고

라디오방송도 들으면서 공부했었다.

어차피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나에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영어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학교나 학원에서 시키는대로 열심히 해도

영어를 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더 알려주고자

위의 밑줄 친 말을 썼다.)

 

영어책을 찾던 중 우연히

아버지 책장에 꽂혀있던,

한 때 제일 유명했던 영어회화 책을

중고등학교 때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우선 그 방대한 양에 압도되었다.

10권인지 20권인지 기억도 안나는

엄청난 분량의 씨리즈는

당시 영어매니아였던 나를 가볍게 위축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이 많은 걸 언제 다보나,

이걸 다 외워야 영어좀 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건가 하는

절망감이 은연중에 생겼다.

 

원래 암기력과 집중력이 신통치 않았던 나로서는

방대한 다이얼로그들이 다 외워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노트필기를 열심히 해놓은 것도

다시 들춰보지 않고

그대로 먼지만 차곡차곡 쌓게 되었다.

 

지금도 사실 영어표현을 외우고 있는 것은 별로 안된다.

그래도 말을 하는 데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

 

 

그렇다면 다이얼로그 교재가 언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1) 교재의 내용이 언어생활의 모든 상황을 담고 있어야 하고 (실제적으로 불가능)
(2) 교재의 내용을 그대로 전부 외워야 하고
(2) 실제상황(대화의 흐름)이 교재와 똑같이 발생해야 함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 하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끼리 말하는 상황을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 학습자들의 의지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교재의 내용을 대강 확인만 하고

지나쳐 버리는 식으로 공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공부를 하기는 했는데

실력은 그대로인 것 같은 안타까운 상태만 반복된다.

70~80년대에는 이런 방식이 충분히 작용을 했다.

일종의 대세라고 해야 할까.

 

대세라는 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대세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짧게 정리하자면,

영어의 근본적인 기초 체력이 키워지면

다이얼로그 훈련이 필요없다.

 

책이나 강의를 찾을 때에도

주의깊게 살펴보길 바란다.

다이얼로그 영어는 초급-중급자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방식이다.

 

문법, 다이얼로그에 이어서

독해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보자.

 

수업시간에 보통 선생님이 칠판에 문장을 쓰고 학생들이 해석을 한다. 즉 독해수업은 문법을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수업이 된다. 수업시간에 직독직해로 해석을 하면 선생님이 어색해 한다. 경험담이다. 불편하더라도 굳이 의역을 해야 한다. 사실상 단락에서 핵심문장이나 핵심어를 찾거나 빠른 읽기를 하는 것은 배우지 않는다. 문학적으로 가치있는 문장과 작품에 대해 배우는 경우는 기대하기 힘들다. 있다고 해도 선생님의 개인적인 의지에 의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독해는 오직 문제풀이만을 위한 독해라는 것이다. 그런 내용에서 중요 부분을 찾는 기술적인 공부를 하게 되므로 독해의 실전적인 효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어문장의 아름다움이나 표현의 정교성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한정되어 있고 아웃풋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영어의 본질이 비어버리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독해를 배우고 문단과 글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Easy Read) 영어순해”(김영로 저)를 추천한다. 현재의 독해강의는 대부분 김영로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독해의 바이블이라고 할만 하다. 물론 초급자에게는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므로 문법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을 때 접근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현재 교육의 틀에서 문법과 독해를 잘하면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

60년 째 변하지 않는

위와 같이 문법, 독해, 다이얼로그 등

인풋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영어에 접근하면

영어열등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다음 섹션에서는

위의 것들을 계속 했을 때에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정도

또는 그의 한계를 확인해 본다.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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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_(4) 왜 영문과 나와도 영어 못하나?

 

 

20대 초반의 일이다.

한참 들뜬 마음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캬~ 그게 벌써 옛날이다.

그땐 소개팅이 정말 정말 큰 이벤트였다.

 

상대방은 서울의 모대학 영문학과란다.

당시에는 영어에서 완전히 손놓고 있던 때였지만

워낙 영어에 관심도 많고 해서

영어에 대해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뭔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은 있었다.

그런데 그 기대는 만남과 동시에 무너졌다.

 

“안녕하세요, OOO예요.

OO대 영문학과예요.”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문제였다.


“그런데 영어는 잘 못하니까

저한테 영어 물어보지 마세요.”

 

농담일 수도 있었겠지만

대강 봐도 영어를 잘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영어를 많이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심지어 한국말만 써도

영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영어 소리를 많이 내어보고 들어보면

목소리를 내는 모양이 다소 달라지는 게 있다.

목구멍 근육에 힘이 더 들어간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지만

자세한 것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자.

 

다시 소개팅 얘기로 돌아가서,

영문학과 출신의 상당수가 공감하는 말이겠지만

당시에는 내심 진정 충격적이었다.

 

영문학과 학생이 영어를 못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영어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건가.

 

 

영어를 배우러 나간 자리는 아니었지만

조금 과장해서 내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게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그럼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운다는 말인가.

앞뒤 선택의 시간적인 순서는 다소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영문학과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와 연결되기도 한다.

 

소개팅 이후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위의 소개팅녀의 안타까운 말의 근원을 파헤쳐 봤다.

국내 유명대학의 영문과와 영어교육과의 개설교과목 목록을 알아보았다.

그녀가 영어를 못한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우선 아래의 표를 살펴보자.

 

[표] 영문학 관련 학과들 커리큘럼 비교 (각 학교 학과요람 참조): 이러니 영어 못할 수 밖에 없지. 이제서야 알게 됐다.

 

 

목록을 정리한 결과,

국내 대학에서 영문학과를 나와도 영어 못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됐다.

반면에 통번역학과의 커리큘럼은 영어를 잘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 본인이 직접

인풋 영어의 한계를 넘어선 경험이 있어야

그 방법을 사람들에게 전파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영어 전공자들이 주로 인풋 과목으로 제한된 커리큘럼만 학습하고,

아웃풋의 경험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강의를 하고,

교육 정책을 세우고, 시험문제를 출제한다.

그 교육의 틀에 속한 학생들은 당연게도 그들에게 강의를 듣는다.

 

결과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

아웃풋영어, 즉 실전영어를 못하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만

계속 맴돌 수 밖에 없다.

 

좀 강하게 얘기하면,

다들 바보놀이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오랜 기간 힘들게 영어를 공부했지만

진정 언어로서의 영어는 할 줄 모르는 현실이 된 이유이다.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학원에서는 해외파나 원어민 강사를 고용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제한된 환경에서 한계를 넘어본 경험이 없고,

당연하게 잘하게 된 부류이기 때문에

강의의 방향과 방법론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영어강의, 교재의 소비자 입장에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용에 다이얼로그(대화 예시)와 문법강의가(수식, 문법용어가 난무한) 핵심강의라면

여러분에게, "어쩌면 영어를 잘할 수도 있겠다"라는

환상만 심어주는 결과가 나오기 쉽다.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 학습자들이,

영어는 당연히 원어민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원어민이 필요한 때는

인풋-아웃풋이 어느 정도 숙성된 이후에

스피킹 파트너로서 활용할 시기이다.

(언어를 처음부터 배우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연습상대 또는 오류 수정자로서 활용)

 

위의 틀을 깨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일방적으로 듣고 읽기만 하는 인풋 영어만 하게 되고,

실전에서는 계속 겁이 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안타깝게도, 경제적 자유도가 높은 부류만 아웃풋 영어를 잘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는데, 여러분이 영어로 말 한마디 못하는 건 당연하다.

회화표현 책에서 한 문장 외워서 간신히 써먹는 것을

‘영어로 말한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여하지간 여러분은 잘못 없다.

각자 집중력, 암기력, 노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속한 환경이 지극히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답은 분명히 있으니 힘내고,

다음 섹션에서 우리가 인풋 영어를 어떻게 배워왔는지 살펴보자.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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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_(3) 도대체 누가 영어를 잘하는거야?

 

 

20여년 전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전교 500명 중에서 외국에 다녀온 학생이 한 명 밖에 없었다.

학군에 따라 달랐겠지만

대체로 그 당시에는 비슷한 비율이었을 것이다.

 

1989년 부터 해외여행의 전면적 자유화가 시행되었다.

(군 현역병 등 소수의 '해외여행 제한자' 제외)

이후 해를 거듭할 수록 해외경험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90년대 중후반에 고등학교를 다닌 입장으로는

당시 트렌드에 다소 뒤쳐지는 지역이었나보다.

 

대학에서는 워낙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서 그런지

외국 경험자의 비율이 더 높긴 했다.

요즘은 흔해진 어학연수도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부터 활성화 되었을 정도이다.

 

요즘에는 간단하게 TV만 켜도

영어가 유창한 아이돌 스타들, 연예인들이 넘쳐난다.

 

그들은 어쩜 그렇게도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

 

자칫 나만 못나게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자학에 빠지기 쉽다.

결론적으로 여러분도 그와 비슷하게 될 수 있다.

물론 막연한 희망고문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너무 위축되지 말지어다.

 

다만 영어를 잘하기 힘들지만 영어를 잘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환경에 속한 대다수의 우리들이

영어열등감, 영어장애감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환경의 기준 하에서는)

비정상적으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가 있으면 정면으로 파헤쳐서 어떤 성질의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정체를 정면으로 파헤쳐보자.

 

미리 말하지만, 막연하게 열등감에 빠져서 감정손실을 겪지 말라는 말이다.

내 경우에는 대학시절, 군시절 초반에 혼자만의 억울함에 빠질 때가 많았다.

 

나름 한국에서 영어를 열심히 했는데도

도저히 뛰어넘을 수가 없는 영어실력자들이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어김없이 외국경험자들이었다.

 

그러니 주변에 영어 발음이 범상치 않거나

영어로 말을 하는 것이 거침없는 사람들이 보이면

간단하게, 외국에서 살다 왔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우리가 최선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헤치우면

적어도 3년 정도 유학 다녀온 실력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막연하게 힘들어 하지도 말고 막연하게 동경하지도 말자.

국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어실력자들을 관찰한 결과,

대체로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해외유학파, 교포: 초중고 사이에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외국에서 살다온 부류. 우리 국내파의 실력과 지나치게 비교하지 않길 바란다. 이들은 영어를 잘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우리같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유학파들은 대개 가정 경제력이 좋은 경우가 많다. 일반 가정과 재력가 집안 사이에 잉글리시디바이드(English Divide)*가 존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외국생활 초반에는 분명히 영어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고 방황을 한 경험들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 고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어 의사소통에 전혀 거리낌이 없고 한국말 또한 유창하게 잘하기 때문에 어문계열, 통번역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화에 발맞춰 어학원 강사나 연예인 중에 이와 같은 부류가 많다. 언론에 자주 노출이 되는 덕분에 우리 눈에는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영어를 더 잘하게 됐나 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교포의 경우는 외국으로 이민을 갔거나 외국에서 태어난 경우. 해외유학파에 비하면 완전히 외국인이라고 봐야 함. “조금”을 “초큼”이라고 하면 교포, “쪼금”이나 제대로 발음을 낼 수 있으면 해외유학파. 결론적으로, 그들은 영어를 당연히 잘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업은 사람들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 사람들을 넘고 싶었다. 영어를 한참 수련할 때 이 부류 또는 원어민들을 따귀 때릴 정도로 잘해보자라는 욕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안쓴지 15년이 넘어서... 조금 다져놓은 실력 마저도 이미 녹슬었다. ㅠ

 

* 잉글리시디바이드(English Divide): 글로벌하게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들 간에 지식 접근성, 축적 등에 차이가 생기고 나아가 사회, 경제적인 역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상. 국내에서도 경제적인 수준에 따라 이와 같은 분열(divide)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 양극화가 갈 수록 심화된다는 점이다. 국민 모두가 자녀들을 영어권으로 유학 보내지 않는 이상, 미국, 유럽권 외국인 근로자들의 비율이 높아질 정도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더 올라가야 양극화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특수교육: 부모들의 강력한 지원으로 어린 시절부터 국제학교, 1:1 원어민 과외, 또는 주변의 외국인과 빈번한 교류를 한 경우. 겉으로는 국내파이지만 영어학습 환경은 해외유학파와 같다고 봐야 한다. 요즘 젊은 부모들 중에 아이들을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커리큘럼으로 차곡차곡 밟아 나가면서 영어실력자로 키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역시 강력한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고, 학생 자발적으로 커리큘럼을 짜서 실력자가 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비슷한 예로, 국내파이지만 외국에 살다오지는 않았고 대신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와서 잘하게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말이 쉬워서 해외여행이지, 일반 서민들은 평생 몇 번이나 다녀올 수 있을까. 그것도 어린 시절에 장기적으로 빈번하게 말이다. 어느 부류를 살펴보든지 경제력과 결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빌게이츠의 명언,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익숙해져야 한다.”

 
 

 

[그림] 영어 잘하려면 간단하다. 돈만 있으면 된다.

 

통번역학과 출신: 출신성분은 천차만별이다. 통번역과 출신을 통해 들은 얘기로는, 이 부류 안에서도 국내파와 해외파가 나뉘고 그들 사이에도 위화감이라는게 존재한다고 한다. 국내파 출신의 경우에도 커리큘럼상 워낙 아웃풋(output) 영어가 많아서 영어가 많이 익숙해져 있다. 아래의 영어매니아와 더불어 우리가 가까이에서 친숙하게 볼 수 있는 그나마 현실적인 영어실력자들이다.

 

개인적인 바램은, 국내 대학 영문학과들이 통번역학과의 커리큘럼을 많이 적용했으면 하는 것이다. 영문학도 엄연히 문학의 일부이므로 실전적인 회화를 잘하기 보다는, 말 그대로 보다 더 문학 자체에 집중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영문과라고 하면 일단은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고 실제로도 중고등학교 영어교육의 대부분을 영문과 출신들이 많이 담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문법에만 치우치지 않고 실전성에도 균형을 맞춘다면 대한민국 전반적으로 영어실력이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문학과 출신: 위에서 언급했지만, 실전성의 입장에서 제일 안타까운 부류이다. 문법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배울 것이 많겠다. 이 분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으니, 자세한 내용은 다음 섹션에서 더 정리해 보고자 한다.


영어매니아: 영어에 대해서 가장 본받아야 할 부류. 그냥 영어가 좋아서 많이 하다보니 잘하게 된 경우. 학창시절 각 반마다 적어도 1명 씩은 꼭 있다. 항상 영어책이나 팝송을 붙잡고 사는 사람들. 기호의 문제이기 때문에 영어를 우연하게라도 좋아하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이 부류가 되기는 힘들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아하거나 즐기는 사람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말이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여기에서 즐기는 영어와 시험영어가 나뉘게 된다. 이들에게는 영어가 취미의 대상이다. 하지만 간혹 영어에 대해 자기만의 해석과 방법론에 빠져서 본인 스스로는 영어에 미쳐서 지냈고 어느 정도 인정 받고 지냈지만, 나중에 큰 물에 나와서 다양한 실력파들을 경험해 보고나서 수련 방향을 수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 이 경우에 좌절과 방황이 시작된다. 역시 영어는 어렵다.)

 

영어를 이루는 여러 축 중에 한가지에만 집중, 즉 문법이나 단어에만 집중하는 경우도 많고 실전성이 결여된 경우도 많이 생긴다. 부끄럽게도 내가 중고등학교 때 이 부류에 속했었고 이후에도 많은 방황을 했다. 그래도 영어에 깊이 몰입한 경험이 있는 부류로서 실력자로 거듭나기 가장 좋은 부류라고 볼 수도 있다.


카투사 출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어실력자 중에 카투사 출신들이 종종 있다. 한국식 영어만 접한 것에 비해 보다 더 다양한 영어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카투사 출신이라고 무조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별 사교성, 적극성, 업무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영어를 거의 한마디도 안하고 제대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파 카투사 출신자인데 영어를 잘한다면 각별한 노력을 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해외유학파와의 차이점이라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더 들어서(20대 초중반) 실전영어를 시작하게 되는 점, 영어를 쓰는 기간이 1년 반~2년으로 비교적 짧다는 점이다. 이 부류에도 해외유학파나 교포들이 지원을 많이 하는 추세이므로 국내파로서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직 군입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왠만한 어학연수보다 시간도 아끼고 부수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많으니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 보기 바란다.

 

* 카투사 (KATUSA: 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 미군부대에 배속된 한국군인. 한국전쟁을 전후로 하여 창설되었으며 현재까지도 매년 2,000여명을 선발하고 있다. 유사한 노래 제목때문인지 “카츄사” 또는 “카추샤” 등으로도 잘못 발음되는 경우가 많다. 1998년도 입대 군번부터 토익 추첨제로 바뀌었고 2016년 모집기준으로 토익 점수 780점 이상이면 지원 가능하다. 입대확정은 복불복인데 각 점수대별로 “당첨”이 되어야 카투사로 입대할 수 있다. 어차피 가야 하는 군대라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제대 후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이 있을 것 같은 군대에 지원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어서 무조건 카투사에 입대하는 것이 최고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영어를 마스터하고 싶은 욕구가 컸었고 그에 따라서 지원하여 운좋게 합격이 되었었다. 아직도 영어는 크다. 잘 생각해 보시라.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이 부류는 영어를 잘하게 된다고 보기는 힘들 정도로 기간이 짧은 편이다. (3개월~6개월~2년 안팎)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영어문장 구성력이 정교하게 되는 건 개인별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별 문제가 없다. 최소한 영어 사용환경에 대한 겁은 덜어내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 경험을 좋은 발판으로 삼아서 조금만 더 연습하면 더 높은 레벨로 쉽게 상승이 가능하다.

 

여담으로, 이들을 통해 언어적응력의 남녀차이를 눈에 띄게 비교할 수 있기도 하다. 남학생들은 어학연수 이후에도 발음 개선이 거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영어울렁증만 어느 정도 없어질 정도가 대부분이다. 반면, 여학생들은 얼핏 몇 년 살다온 정도로 유창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도 많다.

 

발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성별에 따라 언어에 얼마나 더 적극적이고 자연스러운지 차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할지라도 남학생들은 좌절할 필요가 없다. 나도 원어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성격과는 별개로 충분히 영어를 잘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라.

 

[통계] 수입에 따른 자녀 해외조기유학 (또는 해외여행) (출처: “못 믿을 조기유학 통계 실제로는 두 배 추산”, 권영은 기자, 2014.12.06, 한국일보)

 

지금까지 국내 영어고수들의 부류를 정리해봤다. 다시 말하지만 국내에서도 충분히 영어실력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당신은 아직까지 아니었을까. 노력이 부족해서였을까? 아니면 영어를 가르친 사람들 잘못이었을까? 다음 섹션에서 확인해보자.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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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지옥_(2) 꼭 영어를 해야돼?

 

 

이제 어지간히 글로벌코리아가 된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한국에서 영어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디를 다니든 영어 간판이 우리를 둘러 싸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영어의 일부라도 사용하는 경우는 대체로 아래와 같다.

 

1) 대입시험
2) 취업스펙, 면접대비
3) 해외여행
4) 업무상 사용 (극히 제한된 경우)


업무상 영어를 많이 쓰는가?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로 쓸 일도 없는 언어에 이렇게 온국민이 평생에 걸쳐 강박관념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미친 현상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영어에 대해 우리같은 의존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기업체는 물론이고 국민 전반적으로 영어를 쓸 일이 있는 사람만 잘쓰면 된다는 생각이고 그 외에는 영어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이게 정상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더 밀접한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영어 강박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기에는 한-미-일 3국 동맹관계의 긴밀함이 사실 우리가 스스로 미국과 제1동맹국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도 우리만큼, 어쩌면 우리보다도 더 미국과 동맹관계가 견고하다. 그럼에도 무엇때문인지 우리는 영어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선천적인 주변국 눈치보기 습성 때문인가.

 

[도표] 한국의 미국 짝사랑 (한-미-일 동맹관계 정도): 한국인, 미국인, 일본인들에게 각각 다른 2 나라에 대해서 중요한 정도를 물어본 것임. 미국은 일본은 52의 중요성을 두고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에 반해, 한국에 대해서는 41 정도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 오히려 미일 관계가 한미 관계보다 더 돈독한데 유독 우리나라만 미국, 영어 사대주의가 만연해 있다. 

 

[사진캡쳐] 일본인처럼 당당해지자. 정치적으로는 문제 있지만, 이런 자세는 정말 배워야 하지 않겠나. 영어 따위가 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말을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아~~ (앞의 한숨 소리는 꼭 넣어줘야 한다),
영어공부 해야 하는데.”

 

학생들 말이라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문제는... 위의 말은, 백발의 아버님들이 하는 얘기를 실제로 들은 것이다.

 

글로벌 언어이니까 잘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정 미련이 남으면 아주 기본 단계만 다져놓고, 오히려 본인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더 갈고 닦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지 않을까.

 

또한 흔히 영어를 자기개발의 항목에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 종목이 왜 자기개발 꺼리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업무 목적이라면 맞는 말이겠지만, 기본소양 목적이라면 자기개발이라기 보다는 취미활동이라고 해야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어설픈 자기개발은 그만 두는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더 좋을듯.

 

[그래프] 당신이 진짜 영어를 잘해야하나? 괜히 남들 따라하지 말고 진짜 "나"로 살길 바람. 한국인 입장으로 생각해보니까 학교 다닐 때랑, 취업 때 더 잘보여야 하는 경우 빼고는 별로 쓸 일이 없더라.

 

아마 우리들 대부분은, 영어라고 하면 마음은 불편하고 언젠가 해야지 하면서 살짝 펼쳤다가 다시 덮는 것만 반복하는 꼴일 것이다. 작심삼일을 3일마다 반복하면 된다고도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사실 그건 절실하지가 않은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든 정말 필요한 때가 되었을 때 바짝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의 기본은 하고싶다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팁을 주자면, 단어장 하나만 사서 열심히보라는 것이다. (단, 진~짜 기본. 예를 들면, 동남아 여행 갔을 때 물건 사고, 좋다 싫다 정도의 말만 할 정도)

 

영어는 운동과 공통점이 많은데, 어떤 운동이든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체력이 받춰줘야 효과가 극대화 된다. 영어에서는 단어를 많이 안다는 것이 기본 체력이 된다. 영어의 틀이 잡히지 않고, 영어가 어려운 사람들은 거창하게 스피킹을 잘하려고 처음부터 애쓸 필요가 없다. 사실 단어만 많이 알아도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의사소통은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문법이나 패턴영어 등이 모두 소용 없을 정도이다.


복잡하게 영어를 익힐 필요가 없고 쓸 일도 별로 없다면 당장 단어 3,000개만 외우자. 기본 동사와 명사만 조금 알면 얼마든지 쉬운 말은 만들어 쓸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시절부터 우리는 영어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면서 살게 된다. 누구나 자기 자식들을 잘 키우고싶은 부모님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특별히 외국 경험이 없는 한 부모들 스스로도 대부분 영어에 대해 효과적인 커리큘럼이나 철학을 가지기 힘들다.


막연하게나마 아이들이 뒤쳐지지 않게 대학 학비보다 비싼 수업료를 들여가며 영어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낸다. 아이들이 영어로 한두마디 내뱉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한다. 이것 마저도 중학교 과정부터 60년째 고정된 교육체계 때문에 그런 뿌듯함은 지속되기 힘들다.


형편이 넉넉하면 바로 영어권으로 유학을 보내겠지만 아직까지는 소수의 가진자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잠깐 몇 년 동안만이라도 부모들이 넘지 못한 언어장벽에 대한 욕구를 아이들에게 투사하여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도대체 누가 영어를 잘한다는 말인가.

Posted by 제이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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